《『정말 채시라 맞아?』 지난 4월15일. 채시라(29)가 가수 신성우와 결혼을 발표하던 날 총각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고개를 떨궜다. 이 「드라마」는 예고편도 없었다. 『사랑한다』 9월20일 결혼을 앞둔 채시라의 짧은 자축사. 「왜 결혼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 겸 주장은 단 한 단어였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고현정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있었다. 「한국의 빌 게이츠」 이찬진과 PC통신으로 사랑의 밀어를 나눴다는 김희애의 깜짝쇼도 떠올랐다.》
채시라는 각종 조사에서 결혼하고 싶거나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연예인 1,2위 자리를 지켜왔다. 프로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연기자. 예쁘고 연기 잘하고 스타의 「꼬리표」나 다름없는 스캔들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이상한 톱스타.
운도 따랐다. 고교시절 잡지사에 상품권을 받으러 갔다 엉겁결에 CF모델이 됐다. 10년전 드라마 「샴푸의 요정」으로 첫 성인배역을 맡은 뒤 승승장구. 「여명의 눈동자」 「서울의 달」 등 방송사에 남을 만한 드라마에서 주역을 맡는 복도 이어졌다.
행운의 여신이 일생중 세번은 문을 두드린다지만 누구나 이 기회를 잡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채시라를 「운」으로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채시라는 얼굴에 「칼」 한번 대지 않았고 귀도 뚫지 않았다. 칼을 댈 필요를 느끼지 않았단다. 이같은 자신감과 승부사의 기질이 숱한 「반짝스타」와 채시라를 구별하는 요인이 됐다.
그는 드라마 속의 인물들과 기합을 넣고 베고 찌르는 검도의 한 장면처럼 치열한 대결을 벌여왔다. 여옥(여명의 눈동자) 영숙(서울의 달) 채원(아들의 여자)에서 월북무용가 최승희까지.
채시라는 이전 드라마의 이미지에 의지하는 「안전운행」을 철저히 거부한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여옥이 대치(최재성)와 나눈 눈물의 키스신. 국내 방송사상 최초의 진한 키스신이었다. 그러나 여옥의 이미지는 애잔했다. 깡소주를 먹고 「제비」 홍식(한석규)에게 「꼬장」을 부리며 순정을 고백하던 영숙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채시라는 허벅지와 배꼽을 드러낸 채 온몸을 흔들어대는 광란의 춤으로 유부남과 위험한 사랑에 빠져들며 「고정관념의 중앙선」을 침범했다. 또 출연료도 많지 않은 특집극 한편을 위해 몇 개월씩 춤사위를 배워가며 월북무용가 최승희의 분신이 되고 싶어했다.
스타는 종종 탄생하고 또 만들어진다. 그러나 인기와 돈, 세월과의 싸움은 탄생의 과정보다 몇 배 힘들고 고통스럽다.
『이미 가진 자의 오만인지 몰라도 인기는 좋은 것이지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지키려고 해도 그대로 있어 주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만큼 벌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돈 보다는 새로운 나를 낳을 수 있는 작품에 매력을 느낍니다』
작품의 선택에 까다롭다는 그의 판단이 빗나갈 때도 있지만 일단 선택하면 최선을 다하는 「보증수표」형이다. 이제 그 앞에는 TV드라마말고도 남편, 아이, 세월을 의미하는 진짜 「드라마」가 놓여 있다.
『지금까지 인생의 전부였던 연기 이상으로 가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로 남고 싶은 만큼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