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를 둘러싸고 TV 3사의 거품빼기가 한창이다.
KBS 라디오에서 진행을 맡고 있는 서세원 박찬숙 등 20여명의 연예인과 방송인들이 9일부터 출연료의 10%를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TV 3사의 예능국장단도 고액 출연자의 개런티 동결, 과소비를 부추기는 오락프로의 자제, 과도한 상품 제공 억제 등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드라마 제작간부들도 출연료와 작가 집필료의 인상을 막기로 했다.
9일 3사 편성간부들이 재방송으로 때우다시피 하고 있는 낮방송 시간의 축소를 논의한 것도 「전파 과소비」라는 눈총을 피하고, 심각한 광고불황으로 인한 방송사 수입감소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은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1회성 행사」라는 비판적 의견이 적지 않다. 스타의 고액 개런티나 소비적인 오락물, 해외취재물의 범람은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편당 제작비가 3천만∼1억원이나 되는 드라마가 주 30여편 이상 만들어지는 기현상은 「드라마〓시청률」이라는 공식에서 생겨난다. 시청률다툼이 결국 툭하면 「억(億)」 소리가 나는 고액의 출연료와 전속료로, 연기자 빼내기와 방송사간의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잘 짜인 구성 대신 스타의 얼굴에만 의존하는 오락프로, 고가의 외화 수입, 스포츠이벤트 중계 경쟁도 방송사 내에서 「성적표」라 불리는 시청률표 때문이었다.
○…TV 3사의 「거품빼기 운동」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경기불황으로 소비절약을 강조하는 바람이 불 때마다 일어났던 1회성 운동이고 그때만 지나면 방송사간의 모든 합의는 허사가 되어 왔다.
이제는 공영방송 KBS가 나서야 할 때다. 세계 3대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시청률 경쟁의 중지」를 선언해야 한다. 거품에 불과한 시청률에 흔들리지 않고 프로의 완성도로 평가받겠다고.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