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MBC「복수혈전」『IMF는 딴세상 이야기』

  • 입력 1997년 12월 14일 18시 05분


「안방극장」을 시내 개봉관으로 착각한 MBC 미니시리즈 「복수혈전」(월화 밤9.55)의 「건망증」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첫주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무대로 한 폭력배의 패싸움으로 도입부를 장식했던 이 드라마는 그 뒤 새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돈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치와 의도적 선정성이다. 고급 의상과 액세서리로 장식한 출연자들이 화면을 메운다. 「IMF한파」와는 관계없는 딴 세상이다. 몇몇 연기자들은 가슴 선이 훤히 드러나게 노출하고 있다. 민주(오연수)가 춤추는 장면에서는 신체의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 시킬 정도. 폭력성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4회 방영분에서는 보스의 명령을 받은 폭력배들이 길거리에서 납치극을 벌였다. 여성의 상품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돈과 권력으로 상징되는 신분상승을 위해서라면 드라마 속 여성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묘사된다. 방영되자마자 『재미있다』 『문제가 있다』는 논쟁을 일으킨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어떨까. 첫주 29.1%로 시청률 9위. 반면 SBS의 미니시리즈 「달팽이」는 시청률 10위권에서 탈락하는 부진 끝에 지난 11일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도 30대의 탈선과 젊음의 방종으로 그려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복수혈전」이 볼거리의 나열로 눈요기에 그친 반면 「달팽이」는 섬세한 심리묘사로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통해 드라마의 허구를 현실로 끌어들였다는 차이점이 있다. 방송가에서 「전가의 보도」나 다름없는 시청률은 「예감」 「복수혈전」과 같은 드라마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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