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록 페스티벌 방문객은 헤드라이너(간판 아티스트) 스케줄을 꼼꼼히 살핀 뒤 자신의 일정을 정한다. 하지만 록 페스티벌의 대명사인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렸던 1969년의 관객들은 미국 뉴욕 주 베델 평원으로 ‘그냥 무작정’ 모여들었다.
29일 개봉하는 ‘테이킹 우드스탁’(18세 이상 관람가)은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풍경을 보여준다.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등 전설적인 뮤지션은 이름만 몇 번 들릴 뿐이다. 영화 후반, 한 청년이 무대가 설치된 목장으로 오르는 길 위에서 “밥 딜런이 오게 해 달라”며 하늘에 대고 주문을 왼다. 모두가 무대만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함성을 지르는 지금의 록 페스티벌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음악 팬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것은 그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무대가 아니라 서로를 듣고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인적 드문 농촌에서 부모를 도와 낡은 모텔을 운영하던 청년 엘리엇(드메트리 마틴). 이웃 동네에서 열릴 예정이던 록 페스티벌의 취소 소식을 듣고 행사 주최 측에 전화를 건다. 그저 밀린 빚을 청산할 기회로 여겼던 그는 페스티벌의 주동자가 되면서 인생의 전기(轉機)를 맞는다.
‘테이킹 우드스탁’은 리안 감독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 등과는 결이 다르다. 작품성을 평가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한 세 작품에서 한결같이 치열하게 추구했던 ‘사랑’의 주제는 어디에도 없다. 중산층 가정의 치부를 통해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해부했던 초기작 ‘아이스 스톰’과도 별로 닮은 구석이 없다.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묘사했던 원작 논픽션 소설과 달리 주인공과 구두쇠 어머니의 갈등을 부각시켰지만, 그 대립을 영화의 한가운데까지 끌어오지는 않는다. 비를 맞고 흙탕에 뒹굴며 행복한 얼굴로 우드스탁에 모여들었던 사람들처럼, 리안 감독도 페스티벌 캠핑 코스를 산책하듯 유유자적 이야기를 풀어간다.
유명 밴드의 공연 실황 재연 장면을 기대했다면 실망만 느끼기 쉽다. 미국 히피 문화의 자유분방한 방탕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몇몇 장면은 불편함을 안길 수 있다. 록 페스티벌을 찾아 한껏 소리를 지르고 돌아온 다음 날 이유 모를 공허함을 느낀 관객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