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코리아’는 1991년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사상 첫 남북 탁구 단일팀의 실화를 담고 있다. 영화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라이벌로 마주했던 남과 북의 탁구선수들이 이념을 허물고 한 팀이 되는 46일간을 그린다. 21년 전 당시 세계 최강팀인 중국을 이기고 우승을 일궈냈던 성공적인 ‘작은 통일’의 후일담인 셈이다. 그래서 스포츠 영화의 매력을 살리는 것과 동시에 분단이라는 한국적 특수 상황에 대한 해석을 함께 담아내는 것이 이 작품의 숙제가 됐다.
문현성 감독도 기존 스포츠 영화들과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 “대회에서 이겼느냐 졌느냐가 첫 번째 관심사는 아니다. 오히려 최상의 결과를 얻었지만 이산가족처럼 헤어져야 하는 현실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탁구라는 스포츠를 다룬 영화로서 ‘코리아’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탁구공의 빠른 움직임과 소리, 스포츠 경기의 긴박감 등이 극 후반으로 갈수록 고조되며 강약 조절에 성공했다. 남측 현정화 선수 역을 맡은 하지원과 북측 이분희 선수 역의 배두나, 유순복 선수 역의 한예리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실화의 주인공인 현정화 마사회탁구단 감독이 실감나는 장면 연출을 위해 7개월 동안 배우들을 직접 지도했다. 오른손잡이인 배두나는 이분희가 왼손잡이라는 점을 감안해 왼손으로 탁구를 쳤고, 같은 북측 선수라도 평양 사투리를 쓰는 이와 함경도 사투리를 쓰는 이를 골고루 등장시키는 등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눈에 띈다.
시사회에 참석한 현 감독은 “배두나가 쓰러지면서 백핸드를 치는 장면이나 한예리가 뛰어 들어가며 득점을 하는 장면 등은 전문 탁구선수도 해내기 어려운데 정말 멋지게 소화해줬다”면서 “그때(1991년 세계선수권대회) 생각이 나 다시 한 번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리아’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관객에게 민족주의를 힘주어 호소하는 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착한’ 우리 편(코리아팀)의 단합을 위해 중국 등 상대팀의 비열함을 유독 강조한 데다 남북한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남한 선수들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북한 선수들의 경직된 분위기를 시종일관 대비하는 장면 등은 과장돼 보인다. 남북분단의 안타까운 상황을 극대화하기 위해 남북 선수들 사이의 러브 스토리를 설정한 것이나, 북측 선수들이 당의 지시에 따라 갑작스레 경기를 중단하려다 남측 선수들의 호소로 다시 경기에 나온다는 에피소드는 억지스럽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한국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남북의 극단적인 대비나 극 전반에 흐르는 감정과잉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2.7g 탁구공의 경쾌한 움직임 속에 대중적 공감과 함께 사려 깊은 해석까지 요구하기엔 남북 분단의 현실이 너무 무거웠을지도 모른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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