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500만 원, 서울 마포구청 환경과 7급 9호봉 10년차 공무원. 특기는 “흥분하면 지는 거다”라는 소신으로 민원인의 욕설에도 평정심 유지하기. 변화 같은 건 평정심을 깨는 인생의 독약으로 여긴다. 퇴근하고 1인용 소파에 앉아 TV 속 친구인 유재석 이경규 형과 노는 걸 10년째 취미로 삼아왔다. 삼성전자 임원 안 부럽다.
‘나는 공무원이다’(7월 12일 개봉) 주인공인 38세 노총각 대희(윤제문)의 프로필이다.
안온한 일상 속에 똬리를 틀 듯 살아온 대희에게 어느 날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날아든다. “세를 준 반지하방에서 나오는 음악소리가 너무 크다”는 주민 민원이 그를 인디밴드 ‘삼삼은구’와 만나게 한다. 대희는 밴드에게 다른 연습실을 알아봐 줄 부동산업자를 소개하는데, 업자가 밴드의 보증금을 꿀꺽하고 도망친다. 대희는 자기 집 지하실을 밴드에게 내준다.
영화의 또 다른 제목을 생각한다면 ‘윤제문의 모든 것’이라고 해야 할까? 극은 온통 윤제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퀵’(2011년) ‘평양성’(2010년) ‘이웃집 남자’(2009년) 등에서 주로 악당이나 음울한 역을 했던 그는 이번 영화로 코미디에 제대로 안착한 느낌이다. 배 깔고 엎드려 세상이 무너져도 꿈쩍 않는 공무원으로 그가 보여주는 능청스러운 연기는 숨쉬듯 자연스럽게 입꼬리를 올라가게 한다.
애초 관객은 관람료를 웃음으로만 바꾸려고 하겠지만 영화의 울림이 만만치 않다. 이제는 더 깰 껍질이 없다고 믿는 어른들이 참고할 만한 영화다. 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어 10위 안에 오른 단어, 대세만이 세상을 읽는 눈이라고 믿던 대희의 눈은 밴드를 만나며 ‘세상 밖’을 본다. 88만 원 돈벌이도 못하는 밴드 멤버들의 뜨거운 가슴이 대희의 그것을 데운다.
‘마지막 늑대’(2004년)를 연출했던 구자홍 감독의 연출은 다소 매끄럽지 못하지만 주인공의 감정을 축적시켜 폭발시키는 힘이 있다. 닮은 영화는 김지운 감독, 송강호 주연의 ‘반칙왕’(2000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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