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인 베이징’(12일 개봉)은 일본 만화 ‘마징가Z’에 나오는 아수라 백작 같은 영화다. 한 얼굴에 남녀의 두 얼굴이 공존하는 괴물처럼 양면적이다. 카메라는 진저리쳐지는 거대도시 베이징의 뒷골목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카메라가 비춘 그 길에는 ‘그래도 삶은 살 만한 것’이라는 은유가 웅크리고 있다.
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핑궈(판빙빙·사진)는 동료를 위로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업소에 들렀다가 사장 린동(량자후이)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빌딩 창문을 닦던 남편 안쿤(통다웨이)이 이를 목격한다. 얼마 뒤 핑궈는 임신을 하고, 안쿤은 린동을 찾아가 “만약 아이가 당신 아이라면 10만 위안(약 1800만 원)을 달라”고 제안한다.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믿는 린동은 핑궈를 극진히 대접한다.
영화는 세기말 중국 반환 직전 홍콩인들의 ‘절망적 낭만’을 그렸던 왕자웨이 감독 영화와 닮았다. 또 한편으로는 현실 세계의 폭력적인 묘사로 점철된 김기덕 감독 작품과도 비슷하다. 주로 핸드 헬드 카메라로 찍은 어지러운 화면은 베이징 빈민들의 발밑에 포커스를 맞춘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거친 화면에 눈이 어지럽다. 하지만 생명의 문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화면만큼 차갑지 않다. 아이를 두고 다투는 린동과 안쿤의 모습에서 핏줄과 동시대인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톱스타로 발돋움하기 전 풋풋한 판빙빙의 외모는 지금의 도도한 얼굴과 대조를 이룬다. 레즈비언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렸던 ‘물고기와 코끼리’(2001년)의 리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07년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과도한 노출 등으로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1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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