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비친 로봇의 얼굴은 다양하다. 아이(‘A.I.’)였으며, 인간의 적(‘아이, 로봇’)이었고, 외계인(‘트랜스포머’)이기도 했다. 인간은 로봇의 옷을 입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고(‘로보캅’), 쇠붙이에게서 철학적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블레이드 러너’).
‘로봇 앤 프랭크’(17일 개봉)에는 깜찍하고 살가운 로봇의 얼굴이 보인다. 가정용 로봇이 보편화한 가까운 미래. 치매 증세가 있는 전직 금고털이범 프랭크(프랭크 란젤라)는 아들 헌터(제임스 마스던)에게서 건강관리 로봇을 선물 받는다.
먹는 것, 운동습관까지 깐깐하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로봇의 고민은 프랭크가 병에 걸려 죽으면 자신도 폐기된다는 것이다. 프랭크는 “할 일을 못하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라며 로봇에게 ‘취미’를 도와 달라고 조른다. 다름 아닌 빈집털이. 프랭크는 로봇이 자신의 전성기보다 능숙한 솜씨로 잠긴 문을 여는 걸 보고 더 큰 계획을 꾸민다. 건강관리 로봇의 얼굴에 복면이 둘러진다.
하지만 두 사람의 돈독한 우정에 위기가 닥친다. 프랭크의 범행을 눈치 챈 경찰은 로봇의 영상기록을 통해 범죄 증거를 확보하려고 한다. 로봇의 메모리를 포맷해야 하는 위기에 놓인 프랭크. 그러면 둘 사이의 추억도 사라진다. 치매에 시달리는 프랭크의 기억이 점점 흐려지는 것처럼….
영화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하지만 후반부에는 힘이 떨어진다. 프랭크와 로봇의 애틋한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기에 부족해 보인다. 낯익은 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오는 게 눈길을 끈다. 리브 타일러가 프랭크의 딸로, 수전 서랜던이 여자친구로 출연했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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