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고를 때 관객이 고려하는 요소들이 있다. 소재가 독특하고 이야기가 흥미로운가를 따진다. 톱스타가 나오면 더 좋다. 감독의 전작들도 본다.
11일 개봉하는 ‘관상’은 이런 점에서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동혁 작가의 각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때는 조선시대 문종에서 단종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격랑기. 역적의 굴레를 쓴 양반 가문의 후손 내경(송강호)은 처남 팽헌(조정석), 아들 진형(이종석)과 산속에 숨어산다. 내경에게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의 운명, 성격, 수명을 예측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내경에 대한 소문을 듣고 한양 제일의 기방을 운영하는 연홍(김혜수)이 찾아온다. 내경은 연홍과 동업자 관계를 맺고 크게 이름을 날린다. 당대 최고의 실력자 김종서 대감(백윤식)과 그와 권력을 다투는 수양대군(이정재)이 내경을 자기편으로 만들려 한다. 내경은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호화 캐스팅은 자칫하면 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관상’에서는 보배가 됐다.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조정석, 그리고 지난달 막을 내린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주목받은 이종석까지, 배우들이 빚어낸 캐릭터들은 매력적이다. 김혜수와 이정재는 조연에 가깝지만, 연기의 맛이 살아있어 존재감이 충분하다. 김혜수는 특유의 섹시한 이미지를 맘껏 뽐낸다. 이정재도 악역 캐릭터를 제대로 해냈다. 기존의 유약한 이미지는 잊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코미디 연기에 능한 송강호는 조정석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빚어낸다. 지난해 ‘건축학개론’에서 ‘납뜩이’ 역으로 각광받은 조정석의 능청스러움이 베테랑 송강호 못지않다.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을 끌어내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는 그는 한국 영화에 신선한 바람이 될 듯하다.
코미디와 스릴러, 드라마의 요소를 잘 버무려 추석 밥상처럼 다채로운 맛이 있는 영화다. 연출자인 한재림 감독은 거대 체제 아래 잡초처럼 밟히는 민초들의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빚어냈다. 다만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는 욕심 때문에 상영시간(142분)이 길어진 것은 단점이다. 한 감독은 전작 ‘연애의 목적’(2005년)에서 연애의 민낯을 까발리고, ‘우아한 세계’(2007년)에서는 생활고에 찌든 기러기아빠 조폭 두목의 모습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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