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시리즈의 히어로 휴 잭맨과 ‘브로크백 마운틴’의 제이크 질런홀.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두 할리우드 톱스타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프리즈너스’(2일 개봉)엔 눈길이 간다. 여기에 2011년 ‘그을린 사랑’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끈 캐나다 출신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의 스펙이 제법 빵빵하다.
미국의 한 도시 외곽 마을, 추수감사절에 켈러(휴 잭맨) 가족은 친구 프랭클린(테런스 하워드)의 집을 방문해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켈러의 둘째 애나(에린 제라시모비치)가 안 보인다. 프랭클린의 둘째 조이(카일라 드루 시먼스)도 사라졌다.
부모들은 실종 신고를 하고 경찰은 수색에 나선다. 프랭클린의 집 근처 캠핑카 주인 알렉스(폴 다노)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하지만 그는 10세의 지능을 가진 정신지체 장애인 판정을 받는다. 알렉스의 숙모 홀리(멀리사 리오)는 또 다른 정신지체 장애인 말로가 수상하게도 운전면허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담당 형사 로키(제이크 질런홀)는 말로에게서 수상한 점을 더 발견하지만 혐의를 입증 못해 그를 풀어준다. 말로를 딸의 유괴범으로 확신한 켈러는 그를 납치해 감금하고 자백을 받아내려 한다.
스릴러 영화가 갖춰야 할 조건은 긴장감의 유지. 이런 점에서 영화는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영화는 말로 외에 다른 용의자들을 등장시켜 관객을 시험하기 시작한다. 변태 성범죄 전과가 있는 신부, 마트에서 아이 옷만 사가는 남성 등이 등장하며 관객을 안갯속으로 이끈다. 영화가 놓은 수많은 덫이 점점 관객을 옭아매며 퍼즐 풀이의 즐거움 속으로 안내한다. 제이크 질런홀은 신경질적인 냉혈한 형사 역을 매끈하게 풀어냈다. 다소 유약한 꽃미남 이미지를 벗어버리기에 충분하다. 반면 “내 아이가 어디 갔느냐”고 소리 지르느라 바쁜 휴 잭맨의 연기는 봐주기 어렵다. 그가 ‘엑스맨’이나 ‘레미제라블’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그늘에서 연기의 미숙함을 감춰온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을린 사랑’에서 미니멀한 화면과 강렬한 드라마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빌뇌브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빌뇌브 감독은 이번에도 아이들이 없어진 마을의 스산한 분위기를 잘 살려 색깔 있는 스릴러 영화를 빚어냈다.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은데도 ‘18세 이상 등급’을 받은 점이 의문이다. 흥행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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