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를 타고 인도양을 항해하던 노인(로버트 레드퍼드)은 선적 컨테이너와 충돌한다. 부서진 요트를 수리하고 항해를 시작하지만 내비게이션과 통신장비는 고장 난 상태. 설상가상 폭풍우가 몰아치고 요트는 침몰할 지경에 이른다. 구명보트로 갈아탄 그에게 남은 것은 나침반과 지도, 책 ‘별자리 항해법’과 약간의 식량뿐이다.
7일 개봉하는 ‘올 이즈 로스트’는 약 일주일간의 바다 조난기를 그린 독특한 영화다. 등장인물은 노인 한 명. 심지어 과묵하기까지 하다. 상영시간 106분 동안 나온 대사를 다 받아써도 종이 한 장을 채우지 못할 정도다. 영화 초반 모놀로그 부분을 제외하면 구조요청(“SOS, 여기는 버지니아진”)과 30분마다 한마디씩 뱉는 감탄사(“염병할” “살려줘”)가 대사의 전부다.
홀로 거대한 재난에 맞서는 인간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지난달 17일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와 비슷하지만 적막함과 고독의 정도로 치면 한 수 위다. 데뷔작인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2011년)로 주목받은 J C 챈더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극적인 연출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카메라는 망망대해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젖은 장비를 말리는 과정이나 바닷물을 증류해 마실 물을 만드는 과정까지도 세세하게 화면에 담아냈지만 정작 노인의 이름이나 숨은 과거에 대한 힌트는 없다. 흔한 꿈이나 환상 장면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영화는 재미나 대중성의 잣대로 보면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가장 긴박감이 넘쳐야 할 극 중반 폭우 장면에서는 일부 관객의 코 고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올 이즈 로스트’는 관객 10명 중 서너 명이 졸더라도, 한 명은 깊은 감동을 받을 작품이다. 모든 것을 포기할 만한 극한 처지에서도 묵묵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인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사투 끝에 뼈만 남은 고기를 끌고 돌아온 ‘노인과 바다’의 어부 산티아고가 떠오르기도 한다.
로버트 레드퍼드는 이 영화를 통해 8년 만에 배우로 돌아왔다. 일흔일곱 살의 노배우는 그 존재만으로 울림을 준다. 무서운 폭우가 지나간 후 노인의 구명보트가 뜨거운 햇살을 견디며 바다 위를 유랑하는 동안 수중 카메라로 찍은 바닷속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아름답다. 지루하고, 무섭고, 아름답다. 삶이 그렇듯이.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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