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시피 강 하류에 사는 열네 살의 엘리스(타이 셰리든). 사랑이 식은 부모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그는 연상의 고교생 누나를 흠모하는 사춘기 소년이다. 엘리스는 친구 넥본(제이컵 로플랜드)과 함께 찾아간 무인도에서 십자가가 박힌 구두를 신고 팔에 뱀 문신을 한 남자 머드(매슈 매커너히)를 만난다. 머드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 온 여자 주니퍼(리스 위더스푼)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인물. 그러나 소년들은 머드에게 식량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그가 주니퍼와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왜 우리를 돕느냐’는 주니퍼의 질문에 엘리스는 답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니까요.”
28일 개봉하는 ‘머드’는 소년의 모험담과 추격전 형식을 도입했지만 사실 남자의 사랑과 성장을 다룬 영화다. 머드와 엘리스는 여러모로 닮았다. 특히 ‘영원한 사랑’을 믿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머드는 성장한 엘리스로 해석할 수 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물었던 ‘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도 떠오른다.
소년 엘리스에게 목숨 걸고 사랑을 지키는 남자 머드는 영웅과 같은 존재다. 주변 남자들은 대부분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회의하는 인물들이다. 이혼을 앞둔 엘리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랑을 믿지 마라. 그게 널 잡아먹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머드와 주니퍼의 사랑을 맹목적으로 신뢰했던 엘리스도 시간이 흐르며 세상의 복잡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사이 엘리스는 첫사랑이라 믿었던 누나에게 상처를 입는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제프 니컬스는 데뷔작 ‘테이크 쉘터’(2011)로 실력을 인정받은 신예 감독. 영화의 배경이 된 아칸소 주 출신으로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머드’의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러닝타임(130분)이 길고 소년의 감정을 묘사하는 초반부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후반부는 흡인력이 있다. 무엇보다 미국 남부 사투리를 구사하는 머드 역의 매커너히와 두 소년 배우의 연기가 볼만하다. 15세 관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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