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 깡마르고 키 큰 남자가 선글라스에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로데오 경기를 한다. 허리는 구부정한데 대충 기른 것 같은 콧수염이 눈에 거슬린다. 누가 봐도 껄렁한 미국 남부의 놈팡이 같은 이 사내. 자세히 보니 매슈 매코너헤이(45). 6일 개봉하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주인공이다.
이목구비의 선이 날카로운 매코너헤이는 그동안 섹시남으로 각광 받았다. ‘웨딩 플래너’(2001년) ‘10일 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2003년)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달달한 웃음을 흘렸던 배우다.
그런데 나이 들어가며 연기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2011년)와 ‘머드’(2012년)에서 그의 연기는 봄날 버들강아지처럼 물이 올랐다. 뭔가 일을 낼 것 같더니만, 3일 ‘달라스…’로 기어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다.
에이즈 환자 연기를 위해 매코너헤이는 몸에서 20kg을 덜어냈다. 덕분에 연기 근육은 극대화됐다. 선병질적인 에이즈 환자 론 우드루프로 빙의된 매코너헤이를 따라 관객은 극중 인물과 대면하는 황홀경에 빠져든다.
영화는 에이즈 진단을 받고 7년 만인 1992년 사망한 미국인 론 우드루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약과 섹스에 찌든 전기공 우드루프는 에이즈 진단을 받고도 약을 구할 수 없다. 30일 시한부 판정을 받은 우드루프는 금지 약물을 멕시코에서 밀수해 들여온다. 우연히 알게 된 트랜스젠더 에이즈 환자 레이언(재러드 레토)과 다양한 약물로 치료하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어 회원제로 에이즈 환자에게 약을 판다.
우드루프 사건을 계기로 의학계에서는 에이즈에 대한 복합 약물 요법이 도입돼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연장했다. ‘F’로 시작하는 욕을 달고 살고, 마약을 밥보다 좋아하는 주인공. 꽉 짜인 듯하면서도 빈틈 많은 현대 의학 체계의 허점에 그가 맨몸으로 부딪치는 장면들은 묘한 쾌감을 준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재러드 레토의 연기도 매코너헤이에 뒤지지 않는다. 두 배우의 시너지 효과가 스크린을 꽉 채운다. 1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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