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시그널’(10일 개봉)의 언론 시사회가 끝나자 극장 안은 술렁거렸다. 극장 로비에 모인 몇몇 기자와 영화 관계자들은 “마지막 장면의 의미가 뭘까요?” “아마도 …아닐까요?” 같은 추정형 문답을 주고받았다.
영화 초반 30분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생인 주인공 닉(브렌턴 스웨이츠)과 친구 조나(뷰 크냅), 닉의 여자친구 헤일리(올리비아 쿡)가 천재 해커 ‘노매드’를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 사람이 ‘노매드’가 머무는 곳으로 추정되는 네바다 주의 폐허에 다다른 후 영화는 갑자기 단절된다.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닉은 연구소 안에 갇힌 신세다. 이 연구소의 데이먼 박사(로런스 피시번)는 그에게 “외계 생명체에 감염됐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은 지상으로 내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이후 영화는 닉이 이들로부터 벗어나려는 과정을 다룬다. 반전도 있지만 열린 결말이라 마지막까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런 불친절함에도 영화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94분 내내 긴장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옛 미 항공우주국(NASA) 기지를 떠올리게 하는 연구소나 닉과 그의 친구들 몸에 새겨진 ‘2, 3, 5, 41’이라는 숫자, 감각적인 영상, 중간중간 들리는 라디오 주파수 소음 같은 배경음향도 관객을 자극한다.
미확인비행물체(UFO) 같은 미지의 존재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면 특히 좋아할 것이다. 시사회 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UFO 전문가 맹성렬 우석대 교수는 이 영화와 외계인 납치 사례를 연결해 해석했다. 맹 교수는 “주인공 몸에 새겨진 숫자를 더하면 51로, 이는 미 공군이 네바다 주 사막에 만든 외계인 실험기지 51구역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 화제작이다. 18세에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찍으며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은 윌리엄 유뱅크 감독(32)은 “기이하면서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라고 묻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 의도는 성공했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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