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어렸을 때 하늘을 날아다니며, 눈에서는 빔을 쏘고, 순간이동을 하는 히어로(영웅)를 꿈꾸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공상의 세계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다. 영화 ‘슈퍼맨’보다 더욱 ‘슈퍼맨’ 같은 나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공상을 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씩’ 웃음이 나온다. 그만큼 공상 속에서 영웅이 된다는 것은 나만의 행복한 ‘상상’이다.
‘나도 영웅이 된다’라는 공상이 무대 위에서도 펼쳐진다. 국립현대무용단은 13∼15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공일차원’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판에 박힌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가상세계를 통해 초자연적인 힘을 찾아 영웅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상을 무대 위에 구현하기 위해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현대무용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이 작품은 그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 법하다.
초반에 동화 ‘백설공주’의 주인공들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인공들이 아니다. 줄에 연결된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누군가에게 조종을 받는다. 동작 하나하나가 끊긴 움직임들이 흥미롭다.
하이라이트는 격투기 게임을 그대로 무대 위에 올린 장면들이다. 남녀 무용수가 2명씩 나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듯 과장되게 대전을 벌인다.
두 무용수가 손을 뻗고, 다리를 올리고, 상대를 들어올리는 등 액션의 합을 맞추는 과정은 마치 실제 게임을 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무용단 관계자는 “지난해 연습 때는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와 무용수 2명의 코뼈가 부러지기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액션의 난도가 높다. 대전 도중 두 무용수가 각자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액션 피규어 인형을 손에 들고 ‘슈웅’ ‘피잉’ 소리를 내며 장난을 치는 모습은 남성 관객의 동심을 자극한다.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은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억눌린 욕망이 임계점에 달한 사람들은 아날로그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아날로그 시대의 영웅들이 팍팍한 현실의 분출구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미술작가 겸 영화 ‘만신’(2013년)을 연출한 박찬경 감독이 작품 전반의 시각연출을 맡았다. 음악은 영화, 무용, 국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담당했다. 13일 오후 8시, 14, 15일 오후 3시. 2만∼3만 원. 02-3472-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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