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무비]위안부할머니의 삶그린 「낮은 목소리 1,2」

  • 입력 1997년 8월 13일 08시 28분


이 땅에 여성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늙고 가난하고 버림받은 몸으로….

과거의 고통을 말하는 일이 너무나 고통스럽다던 할머니들이 어느새 하나씩 둘씩 자신이 받은 핍박과 설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한편의 기록영화가 완성되고 극장에서 개봉되고, 그리고 2년후. 삶의 황혼과 더불어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 할머니들은 『죽기 전에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출연을 자청한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영화 「낮은 목소리」1, 2가 만들어지게 된 사연이다. 올해는 인터넷 전문업체 아이네트에 의해 「낮은 목소리1」 전체와 「낮은 목소리2」 예고편이 인터넷으로도 상영되고 있다.9월11일까지 「http://www.iworld.net」.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군인이 되고 싶어. 군인 가서 이 나라를 잘 지키고 싶어. 빼앗기고 짓밟힌 게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17세때 여공을 모집한다는 말에 따라나섰다가 상해의 위안소로 끌려갔던 한 할머니(77)는 고향에 돌아온 뒤 결혼했다. 그는 또다른 위안부 출신 할머니의 증언을 본 뒤 가족의 만류도 뿌리치고 스스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찾아가 의지가지 없는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그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14세때 끌려가 가진 아이를 잃고 평생 혼자 식당 등을 전전했던 고 강덕경할머니(69), 의처증이 심한 남편에 의해 소개소로 넘겨졌다가 위안소로 끌려간 박옥련할머니(79), 일본 지도에 벚꽃 대신 무궁화를 수놓았다가 학교에서 경찰서로 위안소로 끌려간 심미자할머니(74)…. 「전쟁기 식민지 여성」이라는 굴레로 인해 이들이 겪은 일과 현재의 삶들이 담겼다.

10여년간 소외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온 여성감독 변영주씨가 연출했다. 영화 말미에는 필름 1백피트씩을 사서 영화제작에 참여한 4백명의 제작자(일본인 50명 포함) 이름이 엔딩 자막으로 떠올라 감동을 더한다. 「낮은 목소리2」는 오는 23일 서울 동숭시네마텍에서 개봉.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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