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의 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를 만들었는데 주인공인 「착한」 인물의 「나쁜」 과거가 밝혀진다면? 감독으로는 대경실색할 노릇이다.
최근 인터넷의 몇몇 사이트는 장 자크 아노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티벳에서의 7년」에 닥친 이같은 「불운」을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http://www.eis.or.jp/muse/junko003/info.htm
「티벳에서의 7년」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가르친 하인리히 하러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이름난 등반가였던 하러는 1944년부터 51년 중국이 티베트를 침공하기까지 7년간 달라이 라마의 친구이자 스승으로 지냈다. 영화는 하러가 쓴 같은 제목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촬영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지난 5월 하러가 나치활동을 했다는 과거가 독일의 슈테른지에서 폭로되자 사정은 달라졌다.
현재 84세인 하러는 자신의 나치당 가입 사실을 대체로 시인하고 있다. 하러는 나치의 후원으로 1939년 당시 처녀지였던 낭가 파르밧 봉우리 원정에 나섰다가 인도에서 영국군에 체포됐다는 것.
숨겨졌던 진실이 밝혀지는 바람에 영화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하러 사건」이 영화 개봉 전에 불거져 나왔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아노 감독은 최근 영화의 두 부분을 수정했다. 하러가 원정을 떠나기 전 나치 깃발을 건네받는 모습이 추가됐고 하러가 중국 군대의 티베트 진주를 보는 장면이 고쳐졌다.
하러의 과거가 밝혀지기 전에는 이 대목에서 하러는 중국 군대를 나치와 비슷하다고 묘사했었다.그러나 바뀐 장면에서 하러의 독백은 이렇다.
『나는 한 때 내가 저들과 같은 종류의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이, 이 견딜 수 없는 중국 군인들과 한치도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전율했다』
「티벳에서의 7년」은 수정된 부분과 함께 10월경 개봉될 예정이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