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이 끝나고 3월 아카데미상 시상을 앞둔 이맘때면 각종 영화상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나 작품상 감독상 등 틀에 박힌 시상제도를 벗어난 영화상은 없을까. 이런 발상에서 최근 션 민스, 로버트 홀튼 등 8명의 저명한 미국 평론가들이 기발한 범주를 정해놓고 97년의 작품들을 평가해 네티즌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들이 97년 최악의 남자배우로 뽑은 사람은 ‘배트맨과 로빈’ ‘피스메이커’에서 ‘느끼한 연기’를 보여준 조지 클루니. 브루스 윌리스도 ‘자칼’에서 야비하고 어울리지 않는 킬러를 연기해 이 분야 정상에 올랐다.
최악의 여배우로 윌리스의 부인 데미 무어도 뽑혀 부부가 기염을 토했다. 무어와 더불어 산드라 불럭도 ‘스피드2’의 어색한 연기로 최악에 꼽혔다.
반면 인간보다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동물로 ‘마우스 헌트’의 생쥐와 ‘에어 버드’의 농구하는 개가 뽑혔다. ‘마우스 헌트’의 경매 장면은 생쥐의 열연에 힘입어 최고의 웃기는 장면으로도 선정됐다. 데미 무어는 ‘지 아이 제인’의 혹독한 훈련장면에서 어색한 연기를 보여준 탓에 ‘최고의 웃기는 장면상’에서도 수위를 차지, 수모를 겪었다.
가장 무서운 장면상은 ‘에이리언’에서 시고니 위버가 대형시험관 속에 든 자기 ‘복제품’들을 마주하는 장면이 받았다. ‘최고의 감옥장면’까지 선정했는데 ‘페이스 오프’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와 얼굴을 바꾼 존 트래볼타가 자신이 감옥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 상황을 깨닫는 장면이 뽑혔다.
평론가들은 현대인의 필수품 ‘휴대전화가 가장 멋지게 사용된 장면’도 뽑았다. ‘에어포스 원’에서 해리슨 포드가 백악관과 통화하는 장면, ‘로스트 하이웨이’에서 빌 풀먼이 자기 집에 있는 난쟁이를 만나는 기괴한 장면이 선정됐다.
특히 ‘에어포스 원’에서 해리슨 포드가 고공에 뜬 비행기 두대 사이를 이동하는 장면은 최고의 스턴트장면으로도 뽑혔다. ‘007 네버다이’에서 전투기에 올라탄 제임스 본드가 뒷좌석의 악당으로부터 목이 조이자 비상탈출 버튼을 눌러 퇴치하는 장면도 이 방면 정상에 올랐다.
이밖에 최고의 파티장면에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등장인물들이 ‘나는작은 기도를 드리네’를 부르는 식당장면이 첫손에 꼽혔다.
최고의 배우, 최악의 감독, 최고의 죽는 장면, 최악의 예고편 등 재미있는 선정결과를 찾아보려면 ‘필름 홈페이지’(http://www.film.com/reviews/97―end/Default.htm)로 가보시기를.
이철민<인터넷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