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에서의 전차경주장면, ‘스타워즈’에서의 우주전투장면,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진 켈리가 빗속에 노래 부르는 장면 등을 떠올려보자.
올해로 1백3년째를 맞이한 영화의 역사는 이런 명장면들을 만들어 냈고, 이들은 인류가 사라지는 날까지 사랑받으며 계속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최근 1년간 선보였던 영화중에선 어떤 순간들이 이같은 명장면 후보에 오를 만할까. 62년 창간된 권위있는 영화전문지 ‘필름 코멘트’는 그에 대한 예측을 인터넷에 띄웠다. 국내 개봉된 작품 가운데 그 후보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주인공 줄리아 로버츠와 더머트 멀로니가 유람선을 타고 이야기하는 장면. 멀로니는 대학시절부터 연인일 듯 말 듯한 로버츠에게 결단을 재촉하듯 말한다. “만약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걸 말해버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랑은 지나가 버릴 거야.” 그러나 일순 로버츠는 시커먼 다리 그림자에 파묻혀 버리고 배는 새처럼 다리밑을 지나가버린다. 무슨 암시처럼.
‘아미스타드’는 스필버그의 탁월한 연출력에 의해 노예선에 실린 흑인들의 비참한 상황이 생생하게 드러난 영화. 특히 폭풍우 치는 어두운 배안에서 흑인 자이몬 혼수가 피묻은 손으로 나무에 박힌 못을 처절하게 빼내는 장면이 높이 평가됐다. 이윽고 흑인들은 백인의 칼을 빼들고 ‘자유를 위한 반란’을 시작한다.
사랑의 감정이 잘 전달된 장면으로는 ‘데블스 오운’에서 브래드 피트가 라디오음악에 맞춰 연인과 그윽하게 춤추는 대목, ‘컨스피러시’에서 승용차 속의 멜 기브슨이 아파트 창문을 통해 줄리아 로버츠를 훔쳐보고는 흥에 겨워 콧노래를 부르는 대목이 꼽혔다.
반면 충격적인 장면으로는 ‘에일리언4’의 한 대목이 지목됐다. 에일리언과 시고니 위버의 피를 받아 인간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 괴물이 자신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에일리언을 가차없이 살해하는 장면이 반인륜적(?)이며 엽기적인 전율을 던져줬다고.
이란영화도 두 장면이 예술성 있는 화면으로 선정됐다. 첫째, 산채로 땅에 묻혀있는 주인공의 얼굴을 보여주는 ‘체리향기’의 마지막 장면. 둘째, ‘가베’에서 선생님이 하늘로 뻗은 손에 파란물이 들어 자연스레 ‘파란색’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마술 같은 장면.
이외에 국내 개봉할 ‘LA컨피덴셜’ ‘쿤둔’ 등 많은 장면도 선정됐는데 전체결과를 보려면 시네마니아 홈페이지(http://cinemania.msn.com/Cinezine/Article/762)로 가보면 된다.
이철민(인터넷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