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심리학]심영섭/후광효과란?

  • 입력 1999년 4월 25일 19시 38분


흔히 성화에서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머리 뒤쪽에 둥근 빛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후광이라 불리는 이 둥근 빛은 성모 마리아의 신성성을 연출하는 일종의 소품인 셈이다.

사람의 첫인상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신체적 매력이 대인관계에서 일종의 후광처럼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이를 후광효과(Halo Effect)라 불렀다.

즉 사람들은 전혀 낯선 이의 사진 몇장을 두고도 신체적 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더 지적이고 관대하며 사회적으로도 높은 지위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신체적 매력이 덜한 경우는 반대로 부정적인 후광효과를 지니게 된다.

한국영화 ‘코르셋’에는 이러한 후광효과를 실감나게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평소 뚱뚱한 몸매에 심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주인공 공선주는 “이쁜 얘가 공부 잘할 때는 똑똑하다고 하면서 내가 공부를 잘하니 독하다고 하더라”며 사람들의 편견을 꼬집는다.

후광효과를 시각적으로 잘 이용하는 감독중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있다. 그는 트레이드 마크처럼 주인공들을 등장시킬 때 등뒤에서 빛이 나오는 배면 조명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ET는 우주선의 환한 불빛을 등지고 지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인디아나 존스는 석양을 등지고 지평선에서 멋있는 폼을 자랑한다.

이렇듯 후광효과를 조장하는 조명은 스필버그가 주인공들의 신성하고 영웅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꼼꼼하게 계산한 것이다.

재미있게도 신체적 매력이 언제나 좋은 쪽으로만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모의재판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매력적인 여성 사기범은 그렇지 않은 사기범보다 더 가혹한 선고를 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외모를 범죄에 이용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후광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오히려 발등을 찍는 도끼가 될수도 있다는 것. 비디오 한 편으로 이미지를 구긴 O양의 아름다움이 그 생생한 증거이기도 하다.

심영섭(영화평론가·임상심리전문가)kss1966@unitel.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