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한듯 하다가도 돌연 도발적으로 표변하는 눈빛, 이국적이기까지 한 세련된 마스크에 170㎝를 훌쩍 넘는 키, ‘리틀 마돈나’라는 별명이 말해주는 섹시함도 설익은 풋풋함을 넘어선다.
그가 출연했던 광고를 보자. 처음 시작한 광고도 숙녀복이었고 지금은 톱스타들도 탐을 내는 화장품모델이다. 휴대폰 광고에서는 애걸하는 남자에게 “끊어!”하고 매몰차게 돌아선다. 중년의 계부를 사로잡아 ‘롤리타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와 소설 속의 소녀, ‘롤리타’를 연상케하는 이미지.
이같은 모습은 드라마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2주전부터 시작한 SBS ‘고스트’에서 박지윤은 외모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의대생에서 악령의 도움으로 살인을 일삼는 악녀로 변신했다.
그는 “매력적인 배역이라 그냥 겁없이 덤벼들었다”지만 제작총지휘를 맡은 김종학감독은 “나이를 뛰어넘는 잠재적 폭발력이 있다”며 몸에 꼭 맞는 연기를 칭찬했다. 첫 드라마였던 MBC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새내기대학생으로 나왔으나 “귀여운 이미지에는 안 어울린다”며 퇴출당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에는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고스트’에서 추녀에서 악녀로, 다시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으로 1인3역을 뛰고있는 박지윤은 실생활에서도 1인3역이다. “바쁘다 바빠!”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수능시험이 코앞에 다가온 대입수험생이고, 낮에는 탤런트고, 밤에는 다음달 출시될 3집앨범 준비 중이다.
너무 일찍 정글같은 연예계에 뛰어들어 상품화 됐다는 일부의 시각을 박지윤은 ‘조기 교육론’으로 일축한다. “단지 타고난 재능을 좀더 일찍 발견하고 키웠던 거죠. 공부잘하는 친구나, 내 이미지 가꿔서 연예활동하는 저나, 각자 열심히 사는 건 똑같지 않을까요?”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