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처를 그리면 영락없이 사이버 가수 아담의 파트너야.”(KBS의 한 오락PD)
데뷔 1년여 만에 1억원짜리 전속계약을 따내는 등 최근 CF계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이나영(20). 그가 등장하자 이같은 촌평이 쏟아졌다. 그만큼 방송가에서는 그의 주된 이미지이자 성공요인으로 ‘기묘(奇妙)한 외형’을 꼽는다.
▼'세기말 이미지'에 적합▼
휑하니 말똥말똥한 눈에 약간 치켜 올라간 눈끝. ‘벗겨지듯’ 훤한 이마에 아직 젖살이 덜 빠진 듯 통통한 볼살…. 채시라 최진실 등 흔히 말하는 미인형과는 거리가 먼 마스크다.
하지만 이 ‘이상한’ 외모는 수 개월 앞서 유행을 선도한다는 광고계에서 사이버적 이미지로 포장됐다.
데카당스하면서도 약간의 퇴폐미가 있어 보여 세기말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평이다. 최근 출연 중인 ‘라네즈’ 화장품 광고에는 아예 ‘올가을 여자가 묘(妙)해진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사이버 미인’이란 그의 별칭은 알듯모를 듯한 그의 이미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윤곽이 분명치 않은 이 ‘무 정형’의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이나영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배우로는 처음 일본 영화 ‘에이지(英二)’에 캐스팅됐을 때도 그는 “동양인은 분명한데 일본여자인지 몽고여자인지, 국적을 알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나영은 최근 CF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드라마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연초 MBC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 이어 최근 SBS 인기 수목드라마 ‘퀸’에서는 주연급인 ‘순정’역을 맡았다.
▼드라마선 동양적 여인상▼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계속 남자에게 헌신하는 동양적 여인상을 맡고 있어 CF에서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이다. ‘퀸’에서는 한 술 더떠 폭행을 일삼는 남편을 못 잊는 애처로운 여인으로 나온다.
이나영을 ‘우리가…’로 드라마에 데뷔시킨 MBC 박종PD는 “이나영이 사이버 미인이라고 알려진 것은 광고계의 포장 덕분”이라며 “정체성이 정해지지 않아 다양한 색깔을 입힐 수 있다”고 말한다.
‘퀸’의 연출자 고흥식PD는 “캐스팅 하기 전에는 사이버 미인이라해서 사실 걱정했는데 자세히 보니 동양적인 구석도 있더라”고 평한다.
▼"캐릭터 공정되긴 싫어"▼
이나영은 “사이버든 고전적이든 나 자신의 캐릭터를 못박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그의 장점은 연출자가 ‘붓가는 대로’ 그려낼 수 있는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 그가 CF에서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해나갈지 궁금하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