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신사동에는 아담한 극장이 하나있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1번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오즈>>라는 이 극장이 작년 4월 오픈하였을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었다. 클래식 전용극장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걸고 오픈된 이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는 <카사블랑카>,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이지라이더> 등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즈극장 상영을 전후하여 국내 공중파방송에서든지, 케이블 TV, 아니면, 일본 NHK의 위성방송 BS2에서 이들 영화들이 방영되었다. 그리고 요즘 세대들은 그런 고전 걸작이라는 명예로운 영화보단 차라리 현대극을 좋아하는 듯 보이고 말이다. 하지만, 오즈극장 주인은 꾸준히 클래식의 기반을 넓혀나가고 있다. 언젠가는 관객이 들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말이다. 그 극장 주인이 바로 이황림이다. 그는 <달빛 멜로디>, <깜보>,<애란>,<인연> 등의 감독이기도 하다. 그가 율가필름을 만들어 영화를 수입하고, 오즈극장을 만들어 클래식을 상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황림 감독을 오즈극장 사무실에서 인터뷰하였다.
이황림감독이 대표로 있는 영화사 <<율가>>라는 이름이 무슨 말인지?
- 우리 첫째 애 이름이 '율의'이고 둘째가 '가영'이다. 애들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마땅히 이름 지을 것이 없었는데 율가라고 붙이니 괜찮아 보였다. 외국 영화사 중에 캐롤코 필름이 있는데 그 영화사 제작자의 딸 이름이 캐롤이라더군..
오즈에서 상영된 영화중에 이 감독님의 <깜보(박중훈의 데뷔작임)>가 상영된 적이 있는데, <애란(각본은 키노편집장인 정성일이 썼음)>은 상영하지 않는가? 다시 보고 싶은 영화중의 하나인데.
- 그 영화 보았는가? 우리말로 더빙되어 형편없이 비디오로 출시되었었는데... 내가 클래식 극장을 한다니까 어느 영화자료 수집하는 콜렉터가 내게 한국영화 몇 편을 주셨다. 이 분은 옥천에 보관창고를 만들어 영화 프린트를 보관하는데 내게 준 영화는 <영자의 전성시대> 등 20편쯤 된다. 그 중에 <깜보>가 있었다. 사실 오래된 우리영화의 경우 프린트 수급이 어렵다. <애란>은 상영할 계획이 없다. 정성일 씨가 좋은 각본을 줬었는데.. 그 사람 반짝반짝할 때 써 준 것이다. 작가에게 미안한 것이 좋은 각본으로 좋은 영화를 못 만들어 미안하게 된 거지.... 시대극은 사실 어렵다. <애란>의 세트는 일본 도호 스튜디오에 가서 청사진을 구해 만들었다. 다다미를 못 구해서 인천에서 목포로, 다시 제주도로 배로 실어 날랐다. 내게 있어선 영화를 만드는 것도, 즐기는 것도 다 한 가지 이유인 것 같다. 바로 영화 하는 것이 좋아서이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분위기 자체가, 이런 직업 자체가 좋은 거다. 비즈니스도 같고 말이다. 그런 삶이 좋았다. 좋은 영화를 만들 욕심은 있지만 능력부족이다. 기회가 되면 또 찍어 보겠지.
일본 영화가 이제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될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할까
- 사무라이 영화나 야쿠자 영화가 국내 영화팬에게는 먹혀들지는 않을 것이다. 멜로나 홈 드라마가 오히려 관객동원에 성공할 것 같다. 이와이 슈운지 영화처럼 말이다. 아마 옛날 홍콩영화들이 한국에서 한창 주가 올릴때처럼 일본영화도 그 정도 시장점유율은 차지하지 않겠는가.
오즈에서 상영할 일본영화들은?
신작보다는 고전위주가 될 것이다. 오즈 야스지로나 미조구치 겐지,구로사와 아키라, 오시마 나기사, 이마무라 쇼헤이... 이런 거장들의 작품이 주로 소개될 것이다. 한 분당 다섯 작품 정도 소개할 예정이다. 오즈에서는 이런 거장들의 클래식 위주로 상영할 것이다. 신작은 뭐 다른 큰 극장에서 하겠죠. 뭐..
<열정의 제국>도 개봉할 것인가?
- <열정의 제국>은 깐느 감독상을 받았던 작품이라 먼저 심의에서 풀렸다. <감각의 제국>은 작년 수입허가 받았고, 얼마 전 심의에 통과하여 4월 1일 전국 50개 정도 극장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그리고 두 세달 여유를 두고 <열정의 제국>을 상영할 예정이다.
<감각의 제국>에 대해 이 감독님의 개인적인 생각은?
- <감각의 제국>은 각종 버전으로 100번 넘어 봤는데 정말 대단한 영화이다. 결코 범상한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포르노가 절대 아니다. 성기 노출이나 성행위 때문에 이 영화의 가치가 희석되는 느낌이 있지만, 사실 그 자체가 이 영화의 제 맛인지도 모른다. 된다면 <<오시마 나기사 감독주간>>을 오즈에서 열고 싶다. 오시마 감독작품은 쇼치쿠나 창조사등의 일본 메이저 영화사들이 판권을 나누어 가지고 있어서 계약이 좀 어렵다. <일본의 밤과 안개>, <교사형>, <소년>, <태양의 묘지>, <의식>, 최신작 <고하토> 등 그의 대표작 대 여섯 편을 묶어서 작은 영화제를 열고 싶다. 이번 기획전이 안되더라도 계속 수입하여 개봉시키겠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 작품부터 집중적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오즈극장에서는 기획전을 자주 하던데..
- 그렇다. 작년에 <<뉴질랜드 영화전>>, <<가을의 멜로영화 대전>>, <<오우삼, 홍콩느와르회고전>> 등을 가졌는데 반응이 좋았다. 올해 <<프랑코 폰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어권 영화를 소개할 참인데, 가봉영화와 아이보리 코스트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 영화팬에게 더많은 영화들을 소개해 줄 것이다. 이런 영화제를 한달에 한번 정도 생각하고 있다. 브라질이나 이란 영화제도 기획중인데 그 쪽에서도 적극적이다.
(이황림 감독과의 인터뷰는 지난 달에 가졌었다. 오즈극장에서는 지난 20일부터 일주일동안 '프랑스어권 영화제'를 가졌다. <약속>, <계절을 넘어>,<키리쿠와 마법사>,<포스트 모르템>, <랑바레네의 백인>, <와리코와 복권당첨> 등 여섯 편의 프랑스어권 영화가 상영되었다.)
<오발탄>이나 <피아골> 등 우리나라 고전들에 대한 배려는?
- 물론 가장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영화가 많이 상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화의 경우 대부분의 영화의 프린트나 네가 필름이 영상자료원에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이 영화들이 외부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될 때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이런 영화의 판권은 제작자가 가진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오즈에서 한번 상영하기엔 너무 과다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 클래식 영화의 판권계약이 오히려 쉽다.
오즈개관시 회원을 모집하였는데 그 회원에 대해선...
- 개관시 몇 종류의 회원을 모집했었다. 가입한 날로부터 1년 동안 모든 영화(처음엔 45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하였는데 중간에 그러질 못해 항상 죄송스럽게 생각했었다. 이제 다시 오즈 회원들을 위한 배려를 할 것이다. 우선 회원 모두에게 회원 자격을 각자 회원자격 종료일부터 1년간 연장시킬 것이다. 사정이 어찌되었든 약속을 지키지 못 해 미안한다. 더욱 분발할 것을 약속드린다.
현재 오즈에서는 일반 극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클래식영화는 어떤 식으로 상영하는가?
- 여기 이 사무실(인터뷰가 이루어졌던 오즈의 사무실임)을 소극장으로 개조할 예정이다. 얼마 전에 측정을 해 보았는데, 65석에서 70석 규모의 편안한 극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클래식 영화에 딱 맞는 좌석과 사운드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외국에 나가보니 클래식 영화관이 이런 시네마떼크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젠 1년 열두달 쉬지않고 고전만 상영하는 영화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즈 회원들이나 클래식 상영할 때 관객층은 어떤가?
- 거의 절반이 25세에서 35세 사이의 미혼여성이다. 그리고 영화학도나 관계인, 영화전문가가 20% 정도, 40대 이상의 올드팬이 10%정도를 차지한다.
오즈에서 상영할 클래식영화들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수급 계획이 있는가.
- 회원과 관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60%정도가 헐리우드 클래식을 선호하고 있었다. 그에 맞출 생각이다. <내일을 향해 쏴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이 상영될 것이다. 그리고 유럽의 고전걸작이 30%정도 상영된다. 쟝 가방 영화 등 한 3~40편이 계약되어 있다. 나머지는 일본과 홍콩의 고전걸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수급 계약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오즈상영작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 있다면, 그리고 클래식전용관을 운영하며 아쉬웠던 점은?
- 단연 <카사블랑카>. 나도 왜 그 영화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 영화는 '멋' 그 자체가 아닐까. 카사블랑카, 이름이 근사하잖은가. (카사블랑카는 작년 4월 3일 오즈 극장 개관 기념작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슬픔은 그대 가슴에>가 좋았다. 멜로가 인기 있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경우 가장 가슴 아팠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예상외로 푸대접받았다. 그래도 뮤지컬의 대표적 작품인데 말이다. 일본에서는 해마다 리바이벌 상영된다. 이 영화는 개봉 전날 밤 12시에 우리 직원들이 모여 시사회를 가졌는데 난 무척 감동했다. 정말이지 "오, 신이시여, 이 영화를 내가 수입했나이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막상 개봉되고 나서는 1,600명이 들었다. <이유없는 반항>도 기대밖이었다. 한편 들어오면 3천만원씩 적자니..... 원 방법이 없지..."
(풀이 죽은 이황림 감독의 이 말이 오즈극장에서 상업영화가 상영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될 듯도 하여 그대로 옮긴다.)
오즈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비디오로 볼 수 있고, TV에서도 심심찮게 상영되는데..
- 극장에서 하는 것이랑 비디오로 보는 것이랑은 감동이 다르지. 그나저나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나 <이유없는 반항>등등 많은 영화들이 공교롭게 우리 극장 개봉즈음하여 TV에서 방영되었다. 좀 아쉬운 점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을 상영할 계획은?
- 큐브릭 영화는 직배사가 갖고 있으니 상영하고 싶어도 어렵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나 <클락웍 오렌지> 같은 것도 상영하고 싶지만 그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스파르타커스>는 내가 할려고 한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이황림감독. 이황림 감독이 있어서 클래식 팬은 행복하다. 그것이 인터뷰 끝에 든 느낌이었다.
박재환<키노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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