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칸영화제]황금종려상 '어둠 속의 댄서'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13분


제53회 칸영화제가 21일(현지시간)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에 뉴 밀레니엄의 첫 황금종려상을 안기고 폐막됐다.

이날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어둠 속의 댄서'는 주인공 셀마역의 비요르크가 여우주연상까지 받아 2관왕에 올랐다. 이 작품은 뮤지컬 스타를 꿈꾸던 실명위기의 한 여성이 사형수까지 되는 비극을 뮤지컬 형식으로 담고 있다.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임권택감독의 '춘향뎐'은 수상에 실패했다.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한 '우산(감독 유철원)', 신인 감독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오른 '해피엔드(감독 정지우)'도 탈락했다.

2등격인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붉은 수수밭' '비정성시' 등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배우 출신인 중국 지앙원(姜文)감독의 '귀신이 왔다'가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홍콩 왕자웨이(王家衛)감독의 '화양연화' 의 주인공 리앙자오웨이(梁朝偉)가 차지했으며 심사위원상은 이란의 대표적 감독 모센 마흐말바프의 딸인 사미라 마흐말바프감독(20)의 '검은 칠판'과 스웨덴 로이 안데르손 감독의 '이층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공동으로 수상했다.

대만의 양더창(楊德昌)은 현대 사회에서 해체되는 가정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그려내 감독상을 수상했다. 각본상은 TV 탤런트를 사랑하는 간호사가 환상을 좇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미국 독립영화 감독 닐 라부테의 '간호원 베티'가 차지했다. 황금카메라상은 '도마르’와 '말들의 휴식시간’을 각각 연출한 하산 예크타파나와 바흐만 고바디, 두 이란 감독이 공동으로 받았다.

한편 지난해 송일곤감독이 심사위원상을 받았던 단편 부문에서는 필리핀 레이몬드 레드가 '아니노'로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 칸 영화제는 유럽작품이 황금종려상을 차지했지만 아시아 영화의 잔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 부문 23개 부문중 9편을 차지했던 아시아권 영화는 본상 9개중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아시아영화의 약진은 소재와 주제를 다루는 아시아 영화의 독특한 시각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번 칸영화제는 대작은 드문 반면 일본 아오야마 신지감독의 '유레카' '2층에서 들려지는 노래' 등 독립영화의 정신이 담긴 작품들을 대거 수용했다. 이란 사미라와 중국 지앙원 등 젊고 새로운 감독의 발탁도 눈에 띤다.

반면 할리우드세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의 영화강국들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춘향뎐'은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프랑스 르몽드와 피카로, 미국 타임지 등 외국 유력 언론의 호평을 얻었고 미국 프랑스 브라질 이탈리아 등에 총액 80만달러이상의 미니멈 개런티를 확보한 가운데 배급될 예정이다.

영화제중 열린 칸필름마켓에서는 일부 영화에 대한 국내 수입업자의 과당경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쉬리' '단적비연수' '섬' '반칙왕' 등이 총 600여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맺어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칸=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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