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화재보다 주목 받은 스타 군단 '리베라 메'촬영현장

  • 입력 2000년 6월 16일 14시 56분


지난 12일 밤 10시 부산시 한복판인 시청 앞이 아수라장이 됐다. 양윤호 감독이 연출하는 소방영화 <리베라 메>의 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촬영은 지은 지 30년 돼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5층짜리 주상복합건물 풍전 아파트에서 이뤄졌는데 소방대원인 최민수와 유지태 박상면 등이 화재를 진압하는 대목이었다.

이미 한 차례의 화염으로 흉측한 몰골이 된 풍전 아파트에서 검댕과 땀으로 범벅이 된 배우들은 현관 앞과 소방 사다리 위에서 거센 물 줄기를 뿜어대며 화마와 한바탕 씨름을 벌였다.

매캐한 연기와 걷잡을 수 없는 불꽃에 휩싸인 촬영장은 불바다가 됐다가는 이내 물바다가 되기를 반복했다.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우비를 뒤집어 쓴 카메라와 촬영팀은 굉음과 화염이 가득한 아파트 복도를 분주하게 오갔다. 소방차와 경찰 차량은 현장 주변을 겹겹이 감싸며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다.

배우들은 불더미와 건물 잔해를 헤집고 다니면서 이름을 불러 안전을 확인했다. 소방대장 상우 역을 맡은 최민수는 고참 연기자 답게 "지태야!" "상면아!"를 외치며 위험천만한 촬영을 순조롭게 이끌었다.

촬영 중간에는 출연진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서로에게 호스를 겨누는 등 끈끈한 팀웍을 과시하기도 했다. 단역으로 출연한 실제 소방대원들도 짬짬이 배우들에게 조언하며 촬영을 도왔다.

불 구경은 놓치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리베라 메> 촬영 현장은 70여명의 취재진과 몰려든 시민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경찰의 거듭되는 경고와 촬영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교복 차림의 여학생들은 "유지태!" "박재훈!"을 외치며 현장 가까이 밀고 들어왔다.

감독처럼 현장을 리드하던 최민수는 이대로는 촬영이 안 되겠다며 팬들에게 통제선 뒤로 물러나길 부탁했지만 일부 팬들은 촬영장으로 숨어 들어와 배우들의 소방복을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팬들의 극성에도 유지태는 "공개 촬영은 원래 그런 거 아닌가요?"라며 피곤한 기색을 애써 감췄다.

이에 앞서 오후 6시쯤 부산시의회 건물 앞 계단에서는 <리베라 메>의 제작 발표회가 있었다. 이 영화는 드림써치가 순 제작비 35억을 들여 제작하는 파이어(fire) 액션 블록버스터로 작년 12월 발족한 부산영상위원회가 처음으로 지원하는 극영화다.

이 행사에서는 소방학교 수련을 거친 배우들에게 명예 소방관 위촉패 및 소방관 계급장이 수여됐으며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이례적으로 200억원 짜리 보험증서가 전해졌다. <리베라 메>의 시나리오와 프로듀서를 현충렬 씨는 "국내 최고의 스태프가 만드는 소방영화여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희(lisahan@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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