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가 오우삼에게 바치는 헌사는 유별나다. 공공연하게 오우삼을 존경한다고 밝힌 그는 <저수지의 개들>과 <재키 브라운>에서 오우삼 스타일을 즐겨 사용했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갱스터 화이트(하비 카이텔)는 45구경 쌍권총을 들고 등장한다.
얼굴을 상대의 총구 앞에 노출시킨 두 사람이 서로 째려보는 장면은 <영웅본색2>를 고스란히 따온 것이다. <재기 브라운>에서는 무기 거래업자인 사무엘 잭슨이 극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첩혈쌍웅>을 본 뒤로 사람들은 주윤발처럼 되고 싶어 45구경 쌍권총을 원한다니까." 타란티노가 각본을 쓴 <트루 로맨스>에도 오우삼에 바치는 장면이 나온다. 등장인물이 TV로 <영웅본색 2>를 보는 화면을 집어넣은 것이다.
<데스페라도>를 감독한 로버트 로드리게즈도 이 영화가 오우삼에게 바치는 오마주라고 밝혔다. 주인공인 반데라스는 이 영화에서 주윤발처럼 양 손에 두 자루의 권총을 들고 용맹을 과시한다. 특히 선술집에서 벌이는 총격전 장면은 <영웅본색> <첩혈쌍웅>과 흡사한 느낌을 준다.
헐리우드의 '싸움꾼' 올리버 스톤 감독은 <내추럴 본 킬러>를 만들면서 <첩혈속집>을 참고해 약국 장면을 촬영했다고 털어놓았다. <007 네버 다이>의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은 오우삼의 액션장면과 다르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피어스 브로스넌과 양자경이 슬로우 모션으로 쌍권총을 쏘아대는 오우삼의 전매 특허를 재현하고 말았다.
오우삼의 영화가 갱스터 무비나 유사 서부영화에만 영향을 끼친 건 아니다. 1999년의 히트작인 SF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중요한 액션 장면에서 트랜치 코트와 선글라스를 쓴 채 쌍권총을 들고 나타났다. <에일리언 4>에서도 쌍권총을 쏘는 장면이 나오고 <미이라>에서도 브랜던 프레이저를 비롯한 주요 배역들이 쌍권총을 사용한다.
오우삼의 영화는 액션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패션에서도 은근하게 영향력을 과시한다. <라스트 맨 스탠딩>에서 검은 정장을 쏙 빼 입고 나와 양손에 총을 들고 싸우는 브루스 윌리스나 <저수지의 개들>에서 폭이 좁은 넥타이와 검은 재킷을 걸친 하비 카이텔, <코브라>에서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쓰고 성냥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실버스타 스탤론의 모습은 오우삼 영화에 단골 출연했던 주윤발의 스타일을 모방한 것이다.
<김태수(tskim@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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