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미션 임파서블 2'의 파상 공세

  • 입력 2000년 6월 20일 10시 52분


톰 크루즈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 한 주였다. 서울 29개, 전국 75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된 <미션 임파서블2>가 예상을 뛰어 넘는 가공할 흥행위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만 20만, 전국적으로 4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단 이틀만의 일이다.

그나마 배급사인 UIP 코리아는 서울 23만명으로 주장하고 있어 전국 수치는 50만에 다가서는 것으로 짐작된다. <미션 임파서블2>의 이같은 흥행성공은 UIP조차 당혹스럽게 한 것 같다. 물론 좋아서 그러는 거겠지만.

당초 전문가 시사회를 가졌을 때 "영화가 좀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따라서 UIP측은 비록 1등은 하더라도 매우 숨차게 갈 것 같다고 예상해 왔다. 그러나 첫 주말 성적은 이 영화가 가볍게 전국 2백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영화 내용이 값을 단단히 하고 있는 셈이다. '불가능한 임무'를 성공시키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니까.

<미션 임파서블2>의 예상치 못한 파괴력에 가장 당황하는 것은 아무래도 <글래디에이터> 쪽이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이틀간 수치를 비교해 보고서는 "이거 장난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고 <글래디에이터>가 죽을 쑤고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글래디에이터>는 지난 주말 이틀간 서울에서 7만 4천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국 수치는 이미 백만을 훨씬 넘겼으며 이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관객 백만을 끌어 모은 것은 올들어 이 <글래디에이터>가 처음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개봉 2주만의 일이다.

앞으로 '미션'의 성공이 <글래디에이터>의 장기적인 인기까지로 이어지는, 이른바 "동반 흥행"이 가능할지, 아니면 같은 빵조각을 가지고 나눠먹기 식이 될지는 조금 미지수다. 한 주를 더 지켜볼 수밖에.

<미션 임파서블2>와 <글래디에이터>의 흥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은 한마디로 '추풍낙엽' 신세다. <배틀필드>는 존 트라볼타 주연의 비교적 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소문이 그리 좋지 않다. 특히 이런 외화의 경우 외지 평론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거기서부터 입소문이 별로다. 인터넷 시대인 만큼 외국 평론가들이 낮은 점수를 매겼다는 것은 국내 관객들에게 금방 확산되고 그것은 곧 흥행으로 연결된다. <배틀필드>의 저조한 흥행은 예상된 것이었다.

<데스티에이션>은 개봉 2주만에 벌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스크림>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류의 영화가 이제 '약발'이 다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그런 류의 영화들이 갖는 흥행 저력을 의식해 우리 영화계가 잇따라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가위>를 비롯해 <찍히면 죽는다>, <하피>, <해변으로 가다> 등의 작품이 그것인데, 자칫 10대 트렌디의 우리 공포영화까지 동반하락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갖게 한다.

조용한 흥행을 계속해 오던 <동감>도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 '한맥'의 예상대로 전국 80만 관객 동원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선전했다. <동감> 밑으로의 순위는 거론의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도그마>와 <쉘 위 댄스>, <아메리칸 드림> <정> <오! 수정> 등 모두 서울 동원 수가 5천명 아래다.

특징적인 것은 광고나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았던 <아메리칸 드림>이 순위 8위에 오른 것이다. 맥 라이언과 키퍼 서덜랜드 주연이란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극장 상영 이후 비디오 출시로 수익을 맞추려는 듯 개봉관도 서울 3개관에 불과하다. 극장에서 상영한 작품의 경우 비디오 출시가격이 2만7천5백원으로 그렇지 않은 작품에 비해 5천원 정도 높다.

이번 주 국내 박스 오피스에서 가장 아쉬운 작품은 배창호 감독의 <정>이다. 순위는 8위에 올랐지만 성적은 거의 바닥선이다. 할리우드 박스오피스로 향한 젊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되돌리는데 실패한 셈이 됐다. 젊은 층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배창호 감독 영화에 대한 '정'이 있었으면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반복하거니와 흥행수치라는 것은 매우 잔인한 것이긴 해도 역설적으로 아름답기까지 한 것이다. 흥행에 실패했다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영화작업은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동진(ohdjin@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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