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4가 쁘렝땅백화점 지하1층 희귀비디오 전시점인 '청춘극장’에서‘희귀 한국영화 비디오테이프 전시회’(1일∼5일)를 연 안규찬씨(39·세신기연 대표). 1일 오후 1시가 되도록 청춘극장을 찾는 사람은 기자가 유일했지만 그곳에는청춘극장에는 1956년작 '자유부인’부터 2000년작 '프란다스의 개’까지 40여년의 한국영화사가 오롯이 담겨있었다.
현존하는 '아리랑’영화의 최고본으로 꼽히는 유현목감독의 '아리랑’(68년작)과 신파극의 대명사 '이수일과 심순애’의 유일한 영화 원본으로 남아 있는 신상옥감독의 '장한몽’(69년작). 서울인구가 280만명이던 68년 국도극장 단일관에서만 38만명, 재개봉관까지 포함해 100만명의 흥행기록을 세웠던 정소영감독의 '미워도 다시 한번’은 비디오로 출시 안된 4편을 제외한 1∼3편은 물론 변장호감독의 80년 리메이크작까지 볼 수 있다.
개봉도 안된 채 곧바로 창고에 들어갔던 하길종감독의 '한네의 승천’과 이제는 필름조차 안 남아 인터넷경매에서 200만원까지 호가됐다는 김청기감독의 '로보트 태권브이’ 등등 무려 460편에 이른다.
"중3때 부산 중앙동 국제극장에서 '태양은 가득히' 리바이벌 상영을 보러갔다가 동시상영하던 김수용감독의 '안개'를 보고는 한국영화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때부터 시작된 한국영화 탐닉은 1981년 비디오플레이어의 보급확산과 함께 대량출시된 60, 70년대 한국영화 비디오테이프 빌려보기로 발전했다. 그리고 91년 할리우드영화에 치어 수북이 먼지만 쌓여가던 한국영화 중고 테이프들이 청계천시장에 흘러나오면서 시작된 그의 '영화사냥’은 올해로 10년째다.
이렇게 해서 그가 모은 비디오테이프는 외화를 합쳐 1500여편. 영화사랑으로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한 그가 올해 자신의 소장품으로 장미희와 윤정희의 작품 특별시사회를 열 때는 두 배우가 직접 참석, 자리를 빛내주기도 했다. 두 배우는 자신들도 기억못하는 작품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60년대 한국영화는 정말 보석같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 보석을 채광하고 싶은 분들에게 제 소장품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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