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극장 미개봉작 ‘가십(Gossip)’의 이 대사는 거짓말과 진실의 상관관계, 때로 진실을 뒤덮어버리는 거짓말의 위력을 그린 이 영화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대학 같은 과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데릭(제임스 마스던)과 존스(레나 헤디), 트래비스(노만 리더스)는 저널리즘 과목의 리포트를 쓰기 위해 가십거리를 찾는다. 데릭은 순결을 지킨다고 공언한 동급생 나오미가 파티도중 보우와 잤다는 소문을 퍼뜨려 그에 대한 반응을 리포트로 쓰자고 제안한다.
이들이 장난삼아 퍼뜨린 소문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급기야 자신이 파티에서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소문과 같은 일이 실제 일어났다고 믿어버린 나오미는 보우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고,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문이 진실보다 더 설득력있게 통용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가십과 진실의 관계를 흥미롭게 탐색하던 이 영화는, 가십거리로 나오미를 지목한 데릭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드러나는 후반부에서 복수극으로 돌변한다. 마지막 결말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긴 해도, 너무 거창해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이 흠.
계속 빠른 속도의 음악이 흐르고, ‘스피드’ ‘리쎌 웨폰4’ 등을 촬영한 안제이 바르코비악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한 감각적 화면이 돋보이는 영화. 경쾌한 신세대 이미지에서 나중에 뻔뻔한 악당으로 돌변하는 데릭 역의 제임스 마스던은 ‘엑스맨’에서 사이클롭스 역을 맡았던 배우다. 감독은 데이비스 구겐하임. 워너 브러더스사 출시.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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