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강도로 영국에서 9년간 복역한 윌슨(테렌스 스탬프)은 딸 제니퍼가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출소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온 윌슨은 딸이 누군가에게 살해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부유한 음반 제작자이자 마약거래와 관련되어 있는 딸의 애인 발렌타인(피터 폰다)이 살인범이라고 확신하고 복수를 하러 나선다.
전통적 영화 화법에 익숙한 관객에겐 다소 당황스러울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이야기 자체보다 전개 방식에 주목하는 것. 시간 순서를 무시한 채 몇 분 뒤의 일로 미리 건너뛰었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잦은 회상 장면이 수시로 끼어드는 대담한 편집과 촬영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주인공 윌슨이 겪어온 삶의 궤적을 드러내 보여준다.
액션영화의 외피를 취하고 있으나 액션보다는 오히려 좋은 시절이 훌쩍 지나버린 사내들의 쇠락에 대해 말하고 있는 영화다. 윌슨은 한때 가족을 위해 노래부르던, 젊고 아름다웠던 남자이지만 평생 싸움질로 지쳐버린 늙은 깡패. 발렌타인은 60년대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자기랑 엇비슷하게 늙은 보디가드와 함께 지내는 중년의 사내다.
이 영화에서의 액션은, 표정과 몸짓에 삶의 피로가 절절이 배어있는 이들이 내지르는 마지막 결기같은 것이다. 감수성이 풍부한 관객이라면 테렌스 스탬프의 리얼한 연기를 보며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을 듯.
제목은 영국인을 경멸해 부르는 미국 속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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