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 메릴 스트립과 제레미 아이언스가 공연한 ‘어느 프랑스 대위의 연인’은 ‘영화속 영화’와 현실을 오가는 형식을 통해 사랑의 열정과 배신, 상실을 그린 독특한 영화다.
19세기 영국. 약혼자가 있는 찰스는 ‘프랑스 대위의 연인’이라 불리며 창녀 취급을 받던 여인 사라에게 매료된다. 찰스가 사라의 광기어린 고통의 늪에 함께 빠져들 무렵, 찰스와 사라를 연기하는 두 배우 마이크와 안나도 각자 가정이 있지만 불륜의 관계를 맺는다.
카렐 라이츠 감독은 서로 구분되면서도 밀접하게 얽힌 영화속 영화와 현실을 오가며 찰스와 사라, 마이크와 안나의 미묘한 감정을 뒤섞는다. 격정적 사랑뒤 이별을 예감하는 사라의 슬픔은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안나의 표정에 어리고, 금지된 사랑에 안절부절 못하는 마이크의 불안은 찰스의 파멸을 통해 더 잘 묘사된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메릴 스트립은 서로 다르면서도 닮은 1인2역을 빼어나게 연기했다. ‘로리타’ ‘데미지’에서도 그랬듯, 제레미 아이언스는 금지된 사랑으로 파멸하는 남자를 연기할 때가 가장 잘 어울린다.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뜨거운 것이 좋아’는 흑백영화이지만 기발하고 코믹한 상황, 갱영화적 요소, 마릴린 먼로의 섹시함으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코미디.
금주령이 내려진 1920년대말 시카고에서 살인사건을 목격한 두 남자가 갱단에 쫓기게 되자 여장을 하고 여성 밴드에 잠입한다. 여장남자로 떠들썩한 코미디를 이끄는 토니 커티스와 잭 레먼의 연기가 이 영화의 백미.
할리우드의 명장 빌리 와일더 감독은 두 남자의 복장도착과 정체성 혼란을 통해 당시 미국사회의 성차(性差)에 대한 신랄한 논평을 은근슬쩍 담아냈다. 또 마릴린 먼로가 속이 비치는 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왜 그가 카메라 앞에서 가장 섹시한 여배우로 불리는지를 단박에 보여준다.
율 브리너와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공연한 ‘솔로몬과 시바’(감독 킹 비더)는 지금 보면 약간 지루한 시대극이지만, 솔로몬 역을 맡은 율 브리너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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