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천국]<디센트 크리미널>"<제너럴>의 코믹 버전"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49분


아일랜드 더블린의 유명한 도둑 마이클(케빈 스페이시)은 실업수당을 꼬박꼬박 타가고 자매를 부인으로 데리고 살며 백주대낮에 태연히 강도짓을 하는 괴짜. 급기야 그가 미술관에서 고가의 그림을 훔치자 경찰은 그를 24시간 감시하기 시작한다.

곧 비디오로 출시될 극장 미개봉작 ‘디센트 크리미널’(원제 Ordinary Decent Criminal)은 ‘리메이크작’이라고 밝히지는 않지만, 보다 보면 98년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탄 존 부어만 감독의 ‘제너럴’을 리메이크한 것임을 금새 알 수 있다.

두 영화가 모두 모델로 삼은 인물은 아일랜드의 전설적 도둑 마틴 카힐. 평생 8000억원어치의 물건을 훔쳤고 94년 아일랜드 해방군(IRA)의 총에 맞아 숨진 실존인물이다.

‘제너럴’이 권위를 조롱하는 우상파괴자인 카힐의 괴물같은 면모를 신화적으로 그려낸 반면, 이 영화는 가벼운 코미디로 일관한다. 예컨대 ‘제너럴’의 카힐은 행동이 의심스러운 부하의 손에 못을 박으며 고문을 하다가도 부하의 결백이 드러난 뒤 곧장 들쳐업고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이 영화의 마이클은 “참, 너 의료보험 있지?”하고 돌아서는 식이다.

아일랜드 출신인 타데우스 O.설리번 감독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로 할리우드의 구애를 받은 영국 감독 가이 리치처럼 되고 싶었던 듯, 잦은 편집의 기교를 구사하고 록음악을 시종일관 흘려보낸다.

그러나 독창성이 부족해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을 본딴 맹숭맹숭한 갱스터 영화에 그치고 말았다. 연기력 뛰어난 배우인 케빈 스페이시의 카리스마도 이 영화에서는 별 소용이 없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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