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중요한 노래 하나가 빠졌다. '두왑'(doo-wap, 코러스의 의성어에서 유래한 장르) 사운드의 명곡이며 흑인 남성보컬그룹 '플래터스(Platters)'의 대표곡인 'Only You'. 하지만 한국영화에서만 외면받았을 뿐 이 노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숭배되어 온 컬트 넘버이며 그 쓰임새와 활용도 또한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다.
약간은 목에 힘을 주며 다소 느끼하게 "Only you∼ you're my destiny"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온니 유>(Only You)에서 아예 영화제목으로 차용되기도 했다.
운명을 찾아 데이먼 브래들리라는 이름의 남자를 찾아 헤매는 한 여인의 해프닝을 그린 이 영화에서 말랑말랑한 음색의 'Only You'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Only You'를 부른 가수는 뚝배기 깨지는 탁성이 매력인 루이 암스트롱. 하지만 나름대로 개성 있는 음악이었다.
'Only You'는 로맨틱한 곡의 분위기 때문인지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에 주로 흐른다. 대표적인 장면은 <그래서 난 도끼 부인과 결혼했다>의 결혼식 신. 주인공 찰리(마이크 마이어스)는 결혼공포증에 걸린 젊은이다. 그는 결혼공포증을 극복하려고 한 여인과의 결혼을 꿈꾸지만, 마침 그 마을에 남편을 도끼로 살해하는 엽기 살인녀가 등장했고 나름대로 추리를 거듭한 끝에 찰리는 자신과 결혼할 여자가 바로 그 '도끼 부인'이라고 단정한다. 드디어 결혼식 날 불안한 찰리의 마음을 녹여주는 선율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신부가 부르는 'Only You'의 달콤한 목소리다. 게다가 그녀는 프랑스어로 'Only You'를 부르고 있으니…. 찰리의 걱정은 한낱 기우였을 뿐이다.
<못 말리는 비행사>는 'Only You'의 낭만적 분위기를 극대화하면서 뒤틀어 버린다.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비행사. 그녀는 정신과 의사와 사랑에 빠지고 'Only You'가 흐르는 가운데 다정하게 춤을 춘다. 하지만 '못 말리는' 시리즈의 영화가 이렇게 정상적으로 진행될 리 없다. 두 연인은 <록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슈퍼맨>의 장면들을 차례로 패러디하고 그 진지함 속에 도저히 감출 수 없는 경박함을 보여준다.
<못 말리는 비행사>가 악취미라고 생각한다면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의 'Only You'는 견디기 힘든 절박함이다. 의도하지 않은 연쇄살인의 파티장에 몰래 숨어든 두 명의 도둑. 그들은 주크박스 안에서 숨죽이고 있다. 이때 그곳을 방문한 형사는 주크박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급기야는 주크박스를 작동시킨다. 박스 안의 두 도둑은 할 수 없이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데 하필이면 그 노래가 'Only You!' 한 명은 화음을 넣고 한 명은 애처롭게 모창(?)하는 이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하지만 가장 엉뚱하게 'Only You'를 인용했던 영화는 역시 주성치 주연의 <서유기 월광보합>이다. 손오공에게 서역으로 가라고 권하는 삼장법사는 "당당당을 아느냐?"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때 'Only You'의 전주 부분, "당당당, 당당당, 당"이 울려 퍼진다. 법사는 'Only You'의 가사를 바꿔 "서역에 갈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라며 손오공을 부추기는데… 이런 게 바로 뒤통수 얻어맞는 기분일까? 아니면 예상치 못했던 황당함에서 오는 포복절도의 장면일까? 정말 못 말리는 'Only You'다.
김형석(영화칼럼리스트)woody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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