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제54회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뮤지컬 영화 ‘물랭 루즈’에서 주연을 맡은 니콜 키드먼(33)이 올해초 톰 크루즈와 결별 선언 이후 첫 국제무대에 섰다.
평소 빨간 머리를 금발로 염색한 그는 백옥같은 피부에 파란 눈동자, 금발 미녀를 뜻하는 서양동화속 ‘페어(fair)’처럼 아름다웠다.
작년만해도 남편과 다정스럽게 팔장을 끼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했겠지만 이제 그는 혼자였다. 하지만 황금색 바탕에 빨간 꽃무늬가 수놓인 중국풍 원피스차림의 키드먼이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모습은 너무도 당당했다.
누군가 물었다. 10년을 잉꼬부부로 살아온 톰 크루즈가 결별을 선언한 것이 ‘물랭 루즈’의 연기에 더욱 열정을 불어넣은 것은 아니냐고. 키드먼은 “요즘 모두들 제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머금고는 “이 영화가 너무 자랑스럽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확실히 ‘물랭 루즈’에서 그녀의 눈빛연기는 그동안의 모든 연기를 결집시킨 듯 했다. 밑바닥 카바레 가수에서 여배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아찔한 육탄공격을 감행할 때는 그가 출연했던 영화 ‘투 다이 포’의 퇴폐미가 물씬 풍겨나왔다.
다른 남자의 품에서 은근슬쩍 던지는 눈빛의 아슬아슬함은 또다른 그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만큼 유혹적이었다. 불길한 운명을 앞두고 촛불처럼 몽롱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는 ‘여인의 초상’에서 본 것이었다.
누군가 다시 집요하게 물었다.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이혼을 겪고 갈비뼈와 무릎을 다쳐 차기작 캐스팅에서도 제외되는 등 악재가 겹쳤는데 일종의 ‘저주’라고 생각하지는 않느냐고.
그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내 자신이 육체적으로 얼마나 허약한가를 깨달았다”면서도 “하지만 바즈는 내겐 천사였다”고 말해 곁에 있던 바즈 루어만 감독을 포근히 감싸안는 배려를 보여주었다.
연기뿐 아니라 영화속 노래를 모두 직접 소화해낸 노래솜씨도 수준급이었다.
키드먼은 “노래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물랭 루즈’를 촬영하면서 상대역인 이완 맥그리거가 내게 엘튼 존의 ‘Your Song’을 불러준 게 600번 가량(연습 촬영까지 포함해)은 될 테지만 그때마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빠져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노래를 한곡 불러달라는 부탁에 “제발 그러지 않기로 해요”라고 사정을 하는가하면 루어만 감독이 ‘아름다움의 화신’이라는 표현을 쓰자 손으로 그의 입을 막고 얼굴을 가리는 등 수줍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키드먼은 붉은 카펫을 밟고 개막식 행사장으로 올라가다 경호원의 만류를 제치고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며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칸〓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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