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스포츠]'천국의 아이들'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37분


강초현은 끝내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문희와 최대영이 중위권을 차지했고 강초현은 초라한 성적으로 사대에서 물러났다.

문제는 그 이전에 이미 있었다. 4월 선발전 당시 17위의 강초현을 대표로 뽑기 위해 협회는 원칙보다 예외를 밀어부쳤다. 2위로 선발된 장미가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서’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대표자격을 포기하고 그 자리를 강초현이 이어받았다.

그 바람에 강초현은 엄청난 윤리적 딜레마를 안게 되었다. 저조한 성적을 내면 그럴 바에야 왜 2위 대신 17위를 내보냈느냐는 비난이 따를 것이요 좋은 성적을 낸다 해도 심리적 압박은 사라지지 않는다. 결과만 좋다면 수단과 방법은 어찌되든 좋은가라는 윤리문제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뻔했다.

이 모든 과정은 변칙과 예외로 사격 붐을 일으키고 수익도 올리고자 했던 협회의 과욕이 빚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타를 만든 뒤 그를 울거먹고자 한 언론의 책임도 있다. 원칙에 따른 과정이 무시되고 오로지 결과만 중시되는 이 혼탁한 세상에서 스포츠만이 제 정신을 차리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스포츠맨십’이라고 하여 그것을 따로 드높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곳곳에서 스포츠 정신의 상실, 그 치열한 윤리적 경쟁의 실종을 발견한다.

만일 이 문제의식에 뜻이 같다면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보기로 하자. 테헤란의 가난한 집 초등학생 알리. 심부름을 나갔다가 여동생의 꽃구두를 잃어버린다. 그것은 가난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란 사람들의 소박한 꿈. 알리는 그 꿈을 어떻게 이루는가. 운동화 한 켤레를 남매가 번갈아 신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 알리는 어린이 마라톤 대회에 나간다. 목표는 3등. 상품은 꿈에도 그리던 아름다운 운동화. 인상깊은 광고 문구 그대로 1등도 보내고 2등도 보내고…. 운동화를 위하여 3등을 향해 달리는 소박하면서도 숭고한 알리의 마음. 바로 그 마음으로 우리의 스포츠는 돌아가야 한다.

<정윤수·스포츠문화칼럼니스트>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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