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도 있었지만 사실 1등과 더불어 꼴찌도 기억에 남는다. 최악의 불명예 역시 희소한 것이어서 팬들은 꼴찌마저도 기억하고 만다. 꼴찌의 서러움은 맹장염 환자의 그것과 같다. 당사자는 재채기도 못할 만큼 심각하게 병들어 있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웃고 즐긴다. 그리고는 한마디 던진다. “힘내라구.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는 법이야.”
꼴찌를 비웃지도 말고 함부로 격려도 하지 말자. 그들을 이해하고 성원하자. 선수들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자. 그렇게 하다보면 좋아질 것이다. 이번에는 그 팀을 성원하러 경기장에 가자. 왜? 그게 바로 스포츠니까.
톰 베린저, 찰리 쉰의 코믹 야구영화 ‘메이저리그’가 꼭 그렇다. 한물간 포수 톰 베린저와 제 어깨만 믿고 강속구나 던질 줄 알 뿐 스트라이크 존을 무엇인지도 모르는 투수 찰리 쉰이 오합지졸 야구단의 배터리가 되어 리그 우승을 이끈다는 줄거리. 뻔한 줄거리에 진부한 주제지만 그래도 헐리우드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그 어떤 소재와 주제도 능란하게 주물러서 일단 앞부분을 보기만 하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헐리우드의 위력 말이다.
고만고만한 조연들의 캐릭터가 생생하고 주연 배우의 과장된 연기도 재미있다. 오합지졸 꼴찌 팀이 리그 우승을 한다는 황당한 줄거리지만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다. 구단주의 계략에 맞서 리그 우승을 일궈내는 꼴찌 야구단을 보면 흐뭇하고 즐겁다. 영화를 봐도 이럴 지경인데 어찌 전북의 1승이 남의 일이겠는가. 아, 보고 싶다. 전북 현대모터스의 1승!.
정윤수/스포츠문화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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