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운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요즘처럼 돈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비정한 스포츠계에 있어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
그러나 이는 때때로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수가 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자에게 ‘빈자의 미학’을 운운하는 것이 비인간적인 폭력이 되는 것처럼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강조 역시 때로는 그들의 빈곤한 처지를 악화시키는데 기여하는 수가 있다.
올해 FA(축구협회)컵 대회의 다크 호스 ‘한국철도’가 그런 경우다. 비록 8강에서 프로팀 전북 현대에 무릎을 꿇었지만 수원 삼성과 전남 드래곤즈를 연파하면서 한국철도는 ‘스포츠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감동의 순간을 연출했다. 이 팀의 선수들은 2천만 원도 안되는 연봉에 그것도 1년 계약직이라 신분도 안정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순수한 아마추어리즘? 오직 축구가 좋아서 맨 땅에서 뒹군다고? 그것은 현실의 과장이요 미화일 뿐이다.
이들의 밑바닥에는 ‘한’이 깔려있다.
황선홍, 유상철 등 쟁쟁한 스타를 제치고 1학년 때 건국대 주전선수를 맡았던 김찬석을 비롯한 이 팀의 주요 선수들은 모두 위협적인 부상과 오랜 슬럼프로 인해 좌절을 겪은 철인들이다. 이들은 확실한 동기 부여와 신분 보장 속에서 빛나는 아마추어리즘의 신화를 일구고 싶은 것이다.
겨울 스포츠의 꽃인 아이스하키. 이 다이내믹한 영화를 가벼운 미소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제이 로치 감독의 ‘알래스카 미스터리’다. 제목만 보면 언뜻 범죄영화 같지만 사실은 알래스카의 미스터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소동이 뼈대다.
화장실 상상력의 극한을 보여준 ‘오스틴 파워즈’의 제이 로치 감독이 아이스하키와 고향이라는 두 요소를 섞었다.
산간오지라 전 주민이 스케이트와 썰매에 프로 수준이다. 이 사실을 안 방송국이 매개가 되어 프로팀 뉴욕 레인저스와 아이스하키 한판을 겨룬다는 내용.
의지의 사나이 러셀 크로우를 정점으로 한 마을 사람들의 결의와 선전이 ‘아마추어의 미학’을 재치있게 보여준다.
(정윤수·스포츠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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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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