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중년부인 애블린(캐시 베이츠 분). 그녀의 삶은 늘 무기력하면서 권태롭고 우울하다. 무심한 남편 때문에 우울증에 빠진 애블린은 스트레스를 오로지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녀의 손에는 언제나 초콜릿이나 도너츠 같은 것이 들려 있고, 그런 식성 덕분에 사람들에게 ‘뚱땡이’라고 무시당할 정도로 비만한 몸이 돼버렸지만 쉽게 다이어트 결심을 하지 못한다.
어느 날 친척이 머물고 있는 양로원을 방문한 애블린은 그곳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82세의 할머니 드레드 굿(제시카 텐디 분)을 만난다. 애블린이 지나쳐 온 휘슬스탑에서 왔다는 할머니는 처음 만난 애블린에게 휘슬스탑 카페에 얽힌 전설을 들려준다. 지금은 폐허가 돼버린 이 카페는 1920년대에 루스와 잇지라는 여성이 경영했는데, 이들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개발해낸 메뉴가 토마토에 계란과 초콜릿을 발라 프라이팬에 튀겨낸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다. 남성들의 편견과 폭력에 맞서 함께 싸우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개척해낸 이 용감한 여성들은 핏줄보다 더 진한 우정으로 서로를 감싸 안으며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갔다. 애블린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런 과정은 그녀의 식단에서 잘 나타난다. 먹는 걸 자제할 수 없어 집안 여기저기에 초콜릿을 숨겨두고 하루종일 찾아 먹기에 바빴던 애블린은 삶에 대한 의욕을 갖기 시작하면서 채식 위주의 다이어트 식단으로 식사조절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준 드레드 굿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그녀의 여든세 번째 생일날 휘슬스탑 카페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선물해 드레드 굿 할머니를 감격시킨다.
직접 먹어본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설익은 파란 토마토를 바삭하게 튀겨낸 맛처럼 영화는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담백한 감동을 선사한다.
백승국 <'극장에서 퐁듀 먹기'의 저자 > baikseungkoo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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