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사제지간 조운학-변병준씨 '오늘의…' 수상

  • 입력 2000년 7월 13일 18시 54분


“잘된 일이지요.”

“상을 받는건 좋지만 선생님과 함께 받게 돼 죄송할 뿐이에요.”

스승과 제자의 축하와 화답. 30년간 만화를 그려온 관록의 작가, 그리고 그 문하생으로 만화를 배웠던 젊은 제자가 나란히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았다.

학원물 ‘니나 잘해(학산문화사)’의 작가 조운학씨(47)와 ‘프린세스 안나(대원)’의 변병준씨(28). 문화관광부가 매년 분기마다 선정해 청소년들에 추천하는 ‘오늘의 우리만화’ 2000년 2분기 수상자들이다.

조씨에게 상을 안겨준 ‘니나 잘해’는 통쾌하고도 코믹한 학원물.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 여고생부터 불량써클의 ‘짱’ 자리를 놓고 승부를 다투는 남학생들까지 수십명의 주인공이 씨줄과 날줄을 엮으며 24권까지 인기를 이어왔다.

조씨는 열 일곱살이던 70년부터 만화를 그려온 이미 알려진 작가다. ‘유경환’이란 필명으로 여러 작품을 그렸지만 정작 큰 인기를 얻은 것은 본명을 사용하기 시작한 90년대부터. ‘고독한 황제’ ‘휘파람’ 등을 발표하며 꾸준한 활동을 하던 그는 95년 12월 만화잡지 ‘찬스’에 ‘니나 잘해’ 연재를 시작하며 단숨에 십대들 사이에서도 최고 인기작가가 됐다.

대학생 아들이 있다는 그에게 ‘젊은 감성 유지비결’을 물었더니 “사실 한참 어린 세대 얘기를 그리려니까 힘이 부친다”고 말했다. “만화를 그린 지가 오래됐는데도 아직 욕심이 많아선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네요. 그래도 대학생 아들이 제 만화를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우연찮게도 ‘프린세스 안나’를 그린 변씨는 그런 조운학 ‘선생님’의 제자다. 93년 조씨의 화실에서 문하생으로 7개월동안 만화수업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어와 만화를 공부하러 도쿄에 가 있는 변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뒤처리만 하는 말단 문하생으로 있었는데 군대에 가는 바람에 ‘배경처리’ 단계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그만뒀어요. 뵙고 싶지만 선생님은 아마 기억도 못하실 거예요”라며 웃었다.

변씨는 ‘배경처리 문하생도 못 해봤다’며 겸손해하지만 그의 그림체는 여간 섬세하지 않다.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사유 역시 ‘상업만화에서 보기 힘든 뛰어난 명암과 질감 처리, 그리고 한국적 현실을 섬세하게 표현한 배경묘사’였다.

배수아의 단편소설을 만화로 옮긴 ‘프린세스 안나’는 어두운 가족사를 걸머진 여고생의 방황을 짙고 무겁고 날카로운 그림으로 그려낸 작품. 그는 “딱 한 통 대구에서 온 팬레터를 받고 기뻐했는데 막상 펼쳐보니 ‘왜 이런 만화를 그렸느냐, 너무 우울하다’는 내용이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95년 데뷔한 변씨는 상 복이 많았던 편. ‘어느 섬마을 이야기’로는 97년 동아―LG 국제만화페스티벌 장려상을, ‘첫사랑’으로는 98년 대한민국출판만화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일본 만화잡지에 데뷔하는 꿈을 이루고 싶다는 그는 “시상식에 직접 가지 못하지만 선생님께 축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김명남기자>star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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