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이명하 감독 인터뷰

  • 입력 2000년 8월 29일 09시 13분


시상식이 끝난 후 바로 열린 수상자들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명하 감독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도 대부분 이 감독에게만 질문을 집중했으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후 별도로 인터뷰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본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린 이명하 감독과 어렵게 단독 인터뷰 기회를 마련했다.

우선, 수상 소감을 간단히 말해 달라.

-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기대도 했지만,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포기했었다. 사실 오늘도 내가 상을 탈 것이라고 생각을 안해 함께 페스티벌에 왔던 친구들과 함께 오사카로 관광을 가려고 야간버스를 예약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돼 너무 기쁘다.

<존재>의 작품의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 상대성이라는 것을 한번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서 예를 들자면 밝음과 어두움, 비오는 거리와 바, 개와 고양이 등 서로 상대적인 입장에 있는 것들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말하고 싶었다. 사물에는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고, 그것이 사라지면 존재해야할 의미가 없다. 이렇게 무거운 소재를 어떻게 하면 애니메이션으로 가볍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제작기간은 얼마나 걸렸고 도중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 실제 제작기간은 약 넉달 정도 걸렸다. 하지만 구상한 것은 훨씬 오래됐다. 98년 여름 이런 내용의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질적인 제작은 99년에 했다. 거의 모든 작업은 혼자서 집에 있는 장비를 이용해 했다. 만들면서 특별히 표현이나 내용구성에서 힘든 점은 없었지만, 컴퓨터로 작업을 하다가 고생해서 만든 것이 바이러스로 인해 날아가 애를 먹었다. 마음에 드는 컷이었지만, 바이러스로 물거품이 돼 아쉬운 부분이 있다.

개와 고양이를 등장시키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 평소 아이디어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두는 노트가 있다. 그것을 많이 참고했다.

대개 동물 캐릭터가 등장할 경우 사람처럼 말하는 등 의인화하는데, 이 감독의 작품에서는 개와 고양이 소리를 그대로 쓰고 그 내용을 자막으로 처리했다. 그 점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 사실 처음에 고민을 했다. 개와 고양이의 대사를 먼저 우리말로 더빙해놓고, 이것을 그냥 쓸지, 아니면 동물들의 소리로 할지 갈등했다. 주위에 자문도 구하다가 결국 개소리와 고양이 소리를 쓰기로 결정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 소리는 어떻게 녹음했나?

- 기획에서 대본, 원화 등 모든 작업을 내가 혼자 했는데, 그 소리 역시 직접 녹음을 했다. 집에 있는 맥킨토시 컴퓨터에 마이크를 연결해 녹음을 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국제 페스티벌의 첫 수상이다. 앞으로 다른 계획이 있는가?

- 히로시마 페스티벌 기간 중에 몇 개의 페스티벌에서 작품을 보고 초청의사를 밝혔다. 그중 어느쪽에 참석해야 할지는 생각해봐야겠다. 현재 회사(시네픽스)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준비하는 작품에 전념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존재>는 작년에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곧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계획이다.

* 이명하 감독 프로필

74년 서울생.

2000년 홍익 대학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현재 시네픽스 애니메이션 기획부 근무.

주요 작품.

97년 나는 내가 아니다.

99년 CF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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