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준의 이 만화! 그 애니!]일본 고유의 장르, 미소녀 변신물

  • 동아일보
  • 입력 2001년 1월 19일 14시 04분


만화에서 가장 즐겨 쓰는 소재의 하나는 신화라고들 합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환상과 이상에 대한 축약판이랄 수 있는 것이 신화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크리스마스마다 쉽게 보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이야기도 그 원류를 타고 들어가자면 북구 유럽 신화에 바탕을 둔 것이고,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의 이미지와 네이밍에 큰 도움을 주었던 그리스 신화가 그렇습니다. 동양권의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수없이 만들어졌던 서유기 역시 신화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신화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는 수많은 요소들 중 하나는 바로 '변신'이라는 코드입니다. 어떤 존재가 특정한 의식을 거치면서 다른 강한 존재로 변할 수 있다는 아이템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차용되었지요. 대표적인 장르는 미국 코믹계의 대표적인 장르랄 수 있는 히어로물일 것입니다.(솔직히 여기서 '변신'이라는 아이템을 빼면 뭐가 남겠습니까?)
일본에서는 미국식 히어로물에 마녀라는 존재가 합쳐져 '미소녀 변신물'이라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특이한 장르의 작품이 다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변신소녀 아카리믹스!>(원작 : ATSUKO ISHIDA / 대원출판사)도 그런 류의 작품입니다.
<세일러문>이나 <카드캡쳐 사쿠라>와 같은 '액션형 변신소녀물'보다는 고전형에 가까운 스타일의 작품인데 주인공 아카리는 가업으로 제작된 인형들의 힘에 의해 5가지 형태로 변신하며 주위의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전형적인 스토리지요.



거친 듯하면서도 정감있는 펜선이나 잘 이미지된 캐릭터, 그리고 나름대로 따뜻함이 느껴지는 스토리라인 등 상당히 건질 부분이 많은 작품이죠. 작가가 건강상의 이유로 급하게 2권에서 완결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 '아쉬움' 덕분에 오히려 휠씬 더 기억에 남게 된 것 같습니다.
명작이랄 것까지는 없겠지만, 수없이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의 수에 질려버린 독자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부담을 덜 주는 만화랄 수 있겠지요.
이 만화를 보고나서 '변신소녀'라는 아이템을 다룬 '변신 동영상'을 보고 싶으시다면 <달의 요정 세일러문>(아마 한 작품에서 변신 장면이 제일 많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일 것)이나 <카드캡쳐 사쿠라> 같은 최근작도 괜찮겠지만 예전에 방영되었던 <요술공주 밍키>나 <천사 새롬이>(크리미 마미) 같은 '전통형' 변신 소녀물도 한번쯤 보실만합니다.

그 원류에 대해 알고 싶다면 <마징거 Z>, <미래소년 코난>, <독수리 5형제>등과 더불어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일본애니메이션의 하나인 <요술공주 세리>는 꼭 보아 두어야할 아이템입니다. 국내 비디오테이프 매장에서도 전작은 아니지만 일부가 출시돼 있습니다.
1966년작인 이 작품이 나오게 된데는 그 당시 일본에서 방영되었던 <사모님은 마녀>라는 미국 코미디 드라마 시리즈의 인기가 자극이 되었습니다.
'마녀'물 제작에 착안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바벨 2세> <자이언트 로보>의 원작자로 유명한 요코야마 미츠테루씨가 소녀만화지 <리본>에 연재 중이던 <마법사 사니>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사니가 사리(일본식 발음)로 바뀐 이유는 당시에 '사니'라는 자동차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랍니다.
균형감 있게 배치된 각각의 캐릭터들과 현실감 있는 스토리 등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도 꽤나 볼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자신이 맘에 드는 만화나 애니메이션를 접하게 되었을 때 그러한 작품의 원류나 지나온 과정중의 일부를 찾아내는 것도 매니아로서의 권리이자 의무(?)랄 수 있겠지요.
날씨는 추워지고 쉬는 날도 많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기왕에 만화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볼 거라면 심각한 내용의 작품보다는 약간은 황당무계한 내용일지라 하더라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을 골라 보는 것도 겨울을 좀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세준 <만화평론가> joon@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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