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와 헤르헨은 '미녀와 야수'의 각색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집안이 가난하여 돈많은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하기로 되어있는 헤르헨. 하지만 헤르헨은 그것을 포기하고 야수의 금을 가지고 온다. 그것은 야수의 신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평생 갇힌 채 말이다.
헤르헨은 왜 야수와의 결혼을 선택했을까. 한평생 남을 위해 살아야하는, 가난을 짊어져야하는 여자로서의 삶을 더 이상은 살 수 없기에 헤르헨은 뭔가 다른 삶을 선택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만화의 특별함은 여기에 있다.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고 거기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자신뿐 아니라 상대에게도. 물론 만화는 약간의 유머와 사랑, 그리고 야수의 고민을 적절히 배치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외에 인간과 신의 벗어날 수 없는 운명과 그것을 뛰어넘어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가는 '어크로스', 동성애를 다뤘다는 느낌보다는 예쁜 사랑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소프트'는 김세영의 개성있는 그림과 함께 소녀적인 감성을 건드린다.
김경숙<동아닷컴 기자> vlff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