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소마신화전기’ 등 히트작을 양산해온 윤인완(글)과 양경일(그림) 콤비의 신작 만화 ‘신암행어사’ 1권은 이렇게 시작한다.
‘신암행어사’는 일본 쇼가쿠겐(소학관)의 월간지 ‘선데이 GX’ 4월호에 먼저 연재가 시작된 작품. 연재후 ‘선데이 GX’의 자체 인기순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7월에 발행된 일어판 1권은 초판 10만권이 매진돼 재판에 들어갔다.
일어판에는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가 “펜 터치에 자신감이 흘러넘치며 작가가 즐기듯이 그려간 모습이 느껴진다. 놓치지 말고 반드시 읽어보시길. 당신의 선입관과 고정관념이 단숨에 날아가 버린다”라는 서문을 쓰기도 했다.
국내에선 현재 격주간지 영챔프(대원씨아이)에 연재되고 있다.
‘신암행어사’는 우리의 고전인 암행어사와 춘향전 고려장 등 가장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한 옴니버스식의 SF 판타지. 권선징악이라는 기본 토대는 옛 이야기와 다를 바 없지만 스토리 자체는 특유의 ‘비틀기’로 원작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멸망한 국가 쥬신의 암행어사인 문수는 국가가 망했음에도 세상을 떠돌면서 백성을 괴롭히는 지방의 영주들을 처벌한다는 것이 기본 설정.
첫편에 해당하는 ‘신춘향전’에선 암행어사 문수가 식인귀에게 목숨을 잃은 몽룡(옛이야기의 주인공도 처음부터 과감히 죽인다!)을 대신해 영주에게 갇힌 춘향을 구하러 간다. 그러나 춘향은 절개를 지키는 가녀린 기생이 아니라 초절정의 무예를 지닌 검사(劍士). 영주에게 세뇌를 당한 춘향은 문수를 공격하지만 문수가 갖고 있는 몽룡의 헤어밴드를 보고 문수 편으로 돌아선다. 그리고 암행어사 문수의 ‘산도’(경호대장)가 돼 같이 길을 떠난다.
윤인완씨는 “원작을 어두운 이야기로 망쳤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춘향전의 진짜 원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해피 엔딩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작의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