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옥의 16년전 데뷔작 '이 카드입니까'가 시공사에서 3권짜리 만화로 다시 선보였다. 순정만화의 단골 구도인 남여 4각 관계로 밑그림을 그렸고 외로움을 잘타는 여주인공 '레이아'와 주변인물과의 심리묘사가 볼만하다.
20여년전 작품인데다 데뷔작이라 군데군데 주인공들의 팔등신 몸매가 좀 뻣뻣해보이고 어딘가 좀 촌스러운 구석도 있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산뜻한 라인으로 처리한 그림들이 보기에 부담없다.
'듀란 듀란', '라이오넬 리치', '티나 터너', '숀 팬'..
이젠 'Oldies but Goodies'의 주역들로 연상될수도 있을 것 같은 스타들의 이름이 하나 둘씩 만화에서 튀어나와 20여년만에 재간된 만화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그들이 풍미했던 한 시대가, 그리고 그들의 사진과 음악에 열광했던 소녀팬들이 기억의 꼬리를 물고 찾아온다.
주인공은 LA 한 고등학교의 우등생 소녀 '레이아 그린'. 우등생이기도한데다 그녀는 재벌가의 상속녀.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평판은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다. 단, 터프한 입담으로 사고만 치진 않는다면.
미팅 주선의 귀재 레이아 그린은 급기야 그 터프한 입담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 '그레인 허슨'을 15일만에 남자친구로 만들어야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레이아에게 사랑의 화살을 던진 세 남자, 5개월차이의 의붓동생이지만 '레이아'를 사랑하게 되는 '라몬'과 지나간 옛사랑의 모습을 '레이아'에게서 찾아내려는 '그레인'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레이아'를 사랑하게 돼버린 금발의 '하디'. 이들의 사랑전쟁은 2,3편에서야 제대로 감상할수 있다.
그녀는 과연 어떤 카드를 쥐게 될까? 보기 드물게 200페이지를 넘는 두툼한 볼륨의 1권을 덮으며 떠오른 생각이다. 3권 완간으로 3,500원.시공사.
허지영<동아닷컴 기자>cream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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