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만화제작업체인 디지털드림스튜디오(DDS)가 2년간 45억원을 투자해 만든 ‘런딤’은 올 4월 일본에 수출돼 일본 ‘TV도쿄’에서 방영된 것을 극장 영화로 리메이크한 작품.
2050년 핵폐기물을 이용해 지구를 정복하려는 네서스 집단과 이를 막아내기 위해 결성된 단체 ‘그린 프론티어’의 대결이 기둥 스토리다. 또 탤런트 김정현과 소유진이 남녀 주인공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으며 가수 유승준이 엔딩곡 ‘끝 그리고 시작’을 불렀다.
‘런딤’은 한국 만화 영화의 부활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까지 ‘아크’ ‘원더풀데이즈’ 등 3D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마리이야기’ ‘바리데기’ 등 국내 애니메이션이 줄줄이 개봉될 예정으로 ‘런딤’은 그 첫 스타트를 끊는 작품이다.
1970년대 ‘로보트 태권브이’의 성공 이후 ‘아마겟돈’ ‘철인사천왕’ 등 많은 국내 작품들이 나왔으나 빈약한 스토리나 엉성한 연출 등으로 성공한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그 자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 ‘라이언 킹’ ‘토이 스토리’가 대신해왔다.
물론 ‘런딤’을 최근 개봉된 미국의 3D 애니메이션인 ‘파이널 판타지’나 ‘슈렉’과 동일선상에서 단순 비교할 순 없다. ‘파이널 판타지’는 제작비만 해도 1억4000여만 달러(약 1800억원)로 ‘런딤’의 40배나 된다.
그러나 ‘런딤’은 기존 한국 만화 영화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3D 효과가 ‘파이널 판타지’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인간의 얼굴과 동작의 섬세한 표정은 다소 어색하나 로봇의 전투 장면은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 현실감있다.
또 선악의 대결이라는 단순 구도에서 벗어나 주인공의 내면 갈등을 부각시키는 대목도 신선하다. 다만 네서스편이었던 남자 주인공이 ‘그린 프론티어’로 옮겨 가는 과정이 명쾌하지 않고 네서스 함대에 잠입한 여자 주인공이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폭파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이 설득력이 부족하다.
‘런딤’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260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 해외 판로 개척의 첫 단추를 끼웠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