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부만 나가도 ‘대박’이라는 만화계에서 ‘파페포포…’는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50만부 가량이 팔렸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인터넷서점 알라딘 등 전국 12개 서점의 판매부수를 토대로 집계되는 한국출판인회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10주 동안(7월 첫째주 기준) 1위를 지키고 있다.》
‘파페포포… ’는 과장과 허구를 배제한 간결한 서사와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귀여운 캐릭터에 느슨해진 감성을 긴장시키는 단상이 곁들여진 책.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더 크고 아프다’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건 항상 숙제다’ 등 잘 알고 있는 명제들이 순수한 청년 ‘파페’와 착하고 여린 아가씨 ‘포포’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새롭게 다가온다.
‘파페’와 ‘포포’의 이야기가 마음을 흔드는 이유에 대해 많은 이는 공통적으로 ‘서정성’과 ‘공감’을 이야기한다. 인터넷서점 YES24에 올라온 독자 리뷰를 살펴보면 그 점이 한눈에 드러난다.
‘만화형식으로 돼 있어 읽기에 부담없고 짧은 대사지만 깊은 뜻을 담고 있으며 서정적이다.’ ‘현재의 내 이야기처럼 읽힌다.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 ‘만화라기보다는 시집 같다.’
‘파페포포…’는 누구나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는 첫사랑의 추억과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씨는 “‘파페포포…’는 디지털 세대가 갈망하는 서정성을 대표한다”고 분석했다. 네트워크에서는 현실보다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는 ‘주체’들은 모니터 앞에서 막막함과 공허, 허무를 느끼고 있다는 것. ‘순정’과 ‘순수’를 확인하고 싶은 디지털 세대의 자기표현이 ‘파페포포…’의 인기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는 ‘파페포포…’가 인터넷상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일상을 이미지로 담아내는 ‘디카족’들이 생겨난 요즘 ‘파페포포…’는 문자와 이미지를 통해 삶을 기록하는 디지털 세대의 특성과도 부합된다. 홍익출판사 이미숙 편집기획실장은 “초기 구매층은 20대 초중반이었는데 지금은 10대 청소년들로까지 확장됐다”고 밝혔다.
작가 심승현씨(33)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대학(한경대 식물자원학과) 재학 중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입사했다. 낮에 공부하고 밤에는 그림에 매달리는 고생 끝에 2001년 ‘동아·LG 국제만화애니메이션 공모전’에 입선했다. 이어 그의 작품은 한국문화산업지원센터(한국문화콘텐츠 진흥원) 출판만화 부문 우수문화콘텐츠로 선정됐다. 그 결과로 빛을 본 것이 ‘파페포포…’. 만화 속의 ‘파페’는 작가의 자화상이며 ‘포포’는 그가 대학생 때 짝사랑했던 여학생을 모델로 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가슴 속에 한 가지씩의 상처를 안고 있고 그 상처를 보듬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파페포포…’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8월 초 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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