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만화 ‘짜장면’은 스콧 맥클라우드의 말을 실증한다.
‘짜장면’은 시인 안도현씨가 같은 이름의 동화를 만화로 옮긴 작품.
“내 글이 만화의 몸을 받아 다시 태어났다”는 안씨의 말대로 원작과 스토리는 같지만 만화를 읽는 독자의 느낌은 전혀 다른 ‘새로운 창작’이다.
안씨는 만화 ‘짜장면’에 대해 “그림이 보기 드물게 시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치 싱싱한 느낌의 수채화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장원 아줌마의 가슴이 내 눈앞으로 불쑥 다가왔다. 그녀의 흰 셔츠 사이로 두 개의 보름달이 서로 얼굴을 맞댄 형국으로 출렁이고 있었다(후략)’란 긴 문장을 그림 한 컷으로 단순하면서도 실감나게 표현한 것.
‘열일곱 살, 나도 이 세상에 대해 책임을 좀 지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열일곱 살이 되었을 때 나에게는 책임질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로 시작되는 이 책의 만화는 오토바이 폭주를 일삼는 17세 중국집 배달부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에게 구타당하는 등 가부장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깝다. 가출한 그는 중국 음식점 배달을 하면서 배운 오토바이 폭주를 통해 ‘자유’와 이성에 눈을 뜬다. 그러나 그는 폭주족을 잡으려는 경찰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을 계기로 여자와 헤어지고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짜장면’은 ‘어른이 읽는 동화’라는 타이틀처럼 잃어버린 청소년 시절의 열정과 방황을 보여준다.
‘짜장면’을 그린 최규석(인물 캐릭터), 변기현씨(배경 부분)는 만화가 그룹 ‘삼단 변신’에서 공동창작을 하고 있다. 2002년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극화 부문 대상을 받은 최씨는 “소설 속에서 사건과 사건의 연결고리가 빠져있어 이를 만화로 자연스럽게 연결해가는 게 어려웠다”며 “색감과 기법을 소설 분위기에 맞추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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