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서 쏟아진 말말말

  • 입력 2004년 7월 19일 16시 08분


19일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선 "개혁해야 한다"는 일성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겨냥한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규택 "盧정권의 박근혜죽이기 공작 시작"▽

이날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7명의 후보들에겐 각각 8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추첨을 통해 첫번째 연설자로 뽑힌 기호3번 이규택 후보는 "어떤 신문을 보니 한나라당이 요즘 눈만 끔뻑 끔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며 "야당인 한나라당이 이렇게 해서야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신행정수도와 관련해서도 꿀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다"며 "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눈치 정당'이 되어버리고 말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우리가 대안 세력으로 크기 위해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며 "개혁 없는 정당은 죽은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노무현 정권은 지금 박근혜 후보를 죽이기 위한 공작을 시작했다"며 "몇년전 김대중 정권이 총풍이다 안풍이다, 갖은 음모로 이회창 후보를 공격했던 걸 잊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정의화 "이대론 3년후 정권 못 가져온다"▽

두번째로 단상에 나온 기호6번 정의화 후보는 "서민의 살림살이가 벼랑끝에 매달렸고, 해외 이민 가는 국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걸핏하면 국민을 위협하는 정권이 바로 노무현정권"이라며 날을 세웠다.

정 후보는 "지금 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3년후 정권 가져오기 힘들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역감정을 넘지 못한 점' '세대의 벽을 넘지 못한 점'등 두 가지를 꼽았다.

정 후보는 '국민 위주의 정치'를 주창하면서 "국민을 위해서 투쟁할 땐 앞장서서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또"물론 협력할 때는 욕을 먹더라도 적극적으로 정권과 협조하겠다"고도 했다.

▽곽영훈 "수도이전 최대피해자는 충청도민"▽

세번째로 단상에 선 기호7번 곽영훈 후보는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지 않고선 다시 정권을 가져올 수 없다"며 "호남, 충청, 제주에서 오신 대의원 여러분께 우리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자"고 말문을 열었다.

곽 후보는 "요즘 수도이전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며 "노무현정권의 수도이전 추진 방식은 한마디로 '묻지마 관광'과 비슷하다"고 했다.

곽 후보는 또 "30년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백지 계획"도 내가 만든 것"이라며 "지금 추진되고 있는 졸속 수도이전 계획의 최대 피해자는 충청도민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원희룡 "보수 몸통 지키며 개혁 날개 달겠다"▽

곽영훈 후보에 이어 당내 소장파의 리더격인 기호4번 원희룡 후보가 단상에 올랐다.

원 후보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이 원희룡이 존경하는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며 즉석에서 큰절을 했다.

원 후보는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고 바꿀 것은 반드시 바꾸겠다"며 "한나라당의 보수적 '몸통'은 반드시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그러나 날개가 퇴화해서 날 수 없는 새가 되어선 안된다"며 "개혁이라는 날개와 젊음이라는 엔진을 달아 높이높이 날아오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 후보는 또 "한나라당이 젊은 세대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오늘 표로써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한나라당은 미래와 싸우는 정당"▽

다섯 번째로 단상에 오른 후보는 오늘 대표 최고위원 선출이 유력시되는 기호1번 박근혜 후보. 박 후보의 홍보 영상물이 대형 스크린에 방영되자, 참석자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박 후보는 "지난 3월 총선 승리는커녕 생존을 걱정하며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었다"며 "지난 백일동안 두번의 선거와 두번의 이사를 거치는등 뼈깎는 시기를 겪어왔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는 정치를 한 결과, 국민들께서 지난 재보선때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셨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그러나 여기서 멈추거나 안주하지 않겠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구국의 대열 선봉에 서겠다"며 "당 또한 원내 정당, 정책 정당, 디지털 정당으로 바꿔나가겠다"고 역설했다.

박 후보는 또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선 간첩을 민주화 투사로 둔갑시켰다"며 "정말 피를 토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나라가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도록 바로잡을 수 있는 집단은 바로 한나라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절 보고 약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외모가 약해보일지 모르겠지만, 지난 수십년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누구보다 강하게 단련된 사람"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와 싸우는 정당"이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김영선 "난 새끼줄 꼬을 줄 아는 변호사"▽

이어 기호5번 김영선 후보가 연설 단상에 올라섰다.

김 후보는 "전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덕에 새끼줄도 꼬을 줄 아는 변호사"라며 "여러분들이 땀흘려 키운 이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정권을 겨냥했다. 김 후보는 "만원짜리 하나로 갈치 한마리 사기 힘들다"며 "이게 누구 책임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또 "조선 동아 중앙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며 언론을 때려잡아도 누구 하나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야당이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기본도, 인권도, 민주주의도 지킬 줄 아는 한나라당이 되자"며 "발전하는 한국의 비전을 제시하는 수권 정당이 되자"고 역설했다.

김 후보는 오른손에 대형 태극기를 든 채 후보 가운데 가장 큰 목소리로 '씩씩하게' 연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강두 "개혁정치 아닌 깽판정치"▽

일곱 명의 후보 가운데 마지막으로 단상에 선 기호2번 이강두 후보는 "오래 들으시느라 지루하시겠다"며 참석자들에게 '즉석 스트레칭' 시간을 제공했다.

이 후보는 "월세를 내지 못하는 영세민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며 "물가도 오르고, 세금도 오르고, 기업들은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정작 노무현 대통령만은 '경제는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며 "정말 그렇습니까"라고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이 후보는 "이것은 개혁 정치가 아니라 깽판 정치"라며 예결위 상임위화 무산과 관련, "열린우리당은 개혁, 개혁 하면서도 이를 팽개쳤다"고 비난했다.

오후 3시 50분, 이강두 후보를 끝으로 한나라당 전당대회 대표위원 경선에 출마한 7명 후보가 모두 연설을 마쳤다. 이어 참석자들은 곧바로 투표를 시작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