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오는 27일 연금관리공단의 소득조정업무와 관련, 장석준 공단이사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소득조정’이란 연금공단이 보험료의 부과 기준이 되는 '소득'을 매기는 과정에서 가입자의 ‘신고소득’과 공단의 ‘추정소득’간의 오차를 조정하는 업무.
국민연금 보험료의 강제 징수에 반발하는 이들이 가장 크게 문제를 삼은 핵심이슈였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고발장에서 “장 이사장은 아무런 법적근거 없이 지역연금가입자의 연금보험료를 상향조정하도록 공단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며 “이는 명백한 직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법적 근거가 없이 실적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는 공단 내부의 발언을 고발장에 첨부했다.
첫 번째 증거는 지난해 8월 자살한 연금관리공단 직원 송모씨의 유서.
송씨는 유서에서 “먹고살기도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기준도 없이 무턱대고 보험료를 조정하고 있다”며 “소득조정이 정말 필요한 일이라면 법과 제도로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남겼다.
김 회장은 또 “자살한 송씨는 2003년 1월에 4천 건, 6~7월에 3천여 건, 8월에 5천여 건의 소득조정을 하도록 실적경쟁을 강요당했다”고 폭로한 연금공단 노조 소식지도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
노조 소식지에는 이 밖에도 “장석준 이사장이 지사순위를 매기는 단기실적평가시스템을 도입하고, 근거도 없이 소득조정대상을 확대해 (지사별) 실적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내용과 “각 지사에서는 지사장이 실적을 위해 법적근거나 지침도 없이 가입자의 소득월액을 직권 조정해 버리는 불법적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글이 담겨있다.
반면 공단측은 이에 대해 “소득조정은 명확한 법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업무”라고 반박했다.
연금관리공단 법규팀의 신동관 차장은 “소득조정은 국민연금법 시행령 6조~10조에 명시된 조항을 근거로 이뤄지는 합법적 업무”이라고 말했다.
신 차장은 “다만 법령에 명시된 것은 행정지도 개념이라서 공단의 소득조정 권고를 가입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는 임의 규정 형식”이라며 “그 과정에서 가입자와의 마찰이 흔히 빚어지기 때문에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달라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석준 이사장이 소득조정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규정된 업무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각 지사별로 실적경쟁 역시 소득조정 업무만 갖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각 지사에서 실적을 좀 더 올리려고 하다보니 다소간의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쳐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이버 명예훼손'까지 법적 공방으로▽
이에 앞선 지난 20일, 김선택 회장은 장석준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고소장에서 “올해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납세자연맹 게시판에 나를 음해. 비방하는 글 282건이 올라왔는데 이 글의 아이피를 추적해보니 모두 국민연금관리공단 내부 컴퓨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글은 “한국납세자연맹은 유령단체를 만들어서 감투질이나 하고 있다”고 비난하거나 납세자연맹 회원들을 ‘멍청한 군상들’ ‘인간쓰레기’ 등의 표현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연금관리공단측은 “문제의 글들이 공단 내부 컴퓨터를 통해 작성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공단측은 “하지만 전국 84개 지사에서 모두 같은 아이피를 사용하고 있는데 누가 작성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며 공단에서 조직적으로 작성했다는 납세자 연맹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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