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갖고 "친일진상 규명은 민족 역사 바로세우기이므로 비껴갈 생각이 없다"며 "한나라당은 대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어 "다만 유신 협력자라든가 친북세력 문제도 이제는 함께 다뤄야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문제 제기는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6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소개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겨냥한 것.
윤 실장은 '청와대 브리핑'에 쓴 글에서 "이철, 유인태 씨같은 사람들이 유신에 항거해 감옥살이할 때 판사 한번 해보려고 유신헌법으로 고시공부한 것이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고백"이라는 노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었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27일 '대통령도 부끄럽고 뽑은 국민도 부끄럽다'란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논리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철저한 유신의 협력자였고, 자발적 조력자로서 유신의 파트너였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유신 협력자' 진상 규명 검토에 대한 언급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전 대변인은 동아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여권이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을 겨냥해 '유신 독재자의 딸' '유신 정권의 파트너' 같은 표현을 남용하고 있다"며 "그러한 논리라면 자발적으로 유신 헌법을 공부해 판사가 된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유신 시대에 공직을 맡은 사람까지 모두 '유신의 협력자'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어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은 또 이날 언급한 '친북세력'에 대해선 "친북 반민족 세력이 친일 행위를 조사할 경우 용공(容共)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당내 일부 지적이 있었다"며 "과거를 파헤치는 주체가 친북 반민족 세력이어선 안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은 "당초 친일진상규명특별법엔 '친북 반민족 세력이 친일 행위를 조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었다"며 "열린우리당이 들고나온 개정안엔 이 조항이 빠져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유신 협력자' 언급에 대해 "듣던 중 반가운 얘기"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이평수(李枰秀) 부대변인은 동아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또 대통령의 말에 유치한 말꼬리 잡기를 하고 있다"며 "민생이 어려운데 왜 자꾸 뜬금없이 갖가지 정체성 얘기를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박근혜 대표가 "헌법을 수호하지 않으면 정권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에 대해 "결국 그거였다. 정권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부대변인은 "듣자하니 한나라당이 20대의 51%를 득표하겠다며 소위 '2051'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볼 때 2051년이나 돼야 겨우 집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체 분석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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